오름과 들판 덮은 가을빛… 놀멍놀멍 봅서∼

글·사진(제주)=김동욱 기자

입력 2020-10-31 03:00 수정 2020-11-02 17:1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힐링코리아[제주의 가을]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에 위치한 신화가든에는 넓은 코스모스 정원이 펼쳐져 있다.
짧은 가을이 아쉽다고 느낄 때 정답은 ‘제주도’다. 제주는 언제 가도 좋지만 가을 제주는 좀 더 특별하다. 바람이 적게 불고, 습도가 낮아 제주 여행에 가장 좋은 계절이 가을이다. 또 억새와 단풍, 코스모스 등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풍경이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메밀, 콩, 감귤 등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제주 음식도 입맛을 자극한다. 요즘 제주는 ‘가을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 여기가 바로 억새 맛집
가시리 풍력발전단지는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억새로 유명하다. 다른 억새 관광지와 달리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1월 제주의 오름과 들판은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솜털 보송보송한 억새가 그 변신의 주인공이다. 제주에는 억새가 군락을 이룬 사진 촬영 명소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풍력발전단지는 수많은 억새 명소와 차별화된다. 커다란 날개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와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하얀색 발전기 날개와 금빛 억새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군데군데 순백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신랑이 억새밭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억새밭이 주차장과 맞닿아 있어 접근성도 좋다.

해발 400m 고지에 발달한 화산 분화구인 산굼부리에는 거대한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산굼부리 주변에 솟아오른 10개가 넘는 오름들도 볼 수 있다.

해발 400m 고지에 발달한 화산 분화구인 산굼부리에도 사람 키보다 큰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산굼부리의 특징은 구두리오름, 말찻오름, 넙거리오름 등 10개의 오름을 배경으로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굼부리 중앙에 분화구가 있는데, 하루 5차례 해설사가 설명해주니 시간을 꼭 확인하는 게 좋다. 억새밭 외에도 분화구를 따라 자란 구상나무 길을 걷거나 넓게 펼쳐진 잔디 위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백 가지가 넘는 약초가 난다고 해서 백약이라는 이름이 붙은 백약이오름에서는 능선을 따라 억새와 수크령이 피어 있다.

억새와 수크령이 능선을 뒤덮고 있는 백약이오름도 빼놓을 수 없다. 오름에서 나는 약초가 100가지가 넘는다고 해서 백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잘 정비된 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 부근에는 형형색색의 가을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 눈이 즐겁다. 분화구 형태인 백약이오름은 분화구를 따라 한 바퀴 돌면 제주 동부의 오름과 풍경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한적한 분위기여서 신혼부부나 연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다.

해발 400m 고지에 발달한 화산 분화구인 산굼부리에는 거대한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산굼부리 주변에 솟아오른 10개가 넘는 오름들도 볼 수 있다.


● 한라산 단풍은 바로 여기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제주의 가을 숲길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걸어서는 물론 자동차를 타고 둘레길을 돌 수 있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제주의 가을 숲길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해발 600∼700m에 위치해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산책 코스도 다양하다. 길이 2.2km(약 40분 소요)의 어울림 숲길부터 숲길 산책로(5km·약 2시간 소요), 마라도와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는 법정악 전망대까지 가는 전망대 산책로(3km·약 90분 소요)가 있다. 짧게 걷고 싶다면 670m 길이의 무장애 숲길을 선택하면 된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의 특징은 승용차로 3.8km에 달하는 차량순환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창문을 연 채 한적한 숲길을 달리다 보면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숲 향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이동하는 도중에 차량은 지정된 구역에만 세울 수 있다. 야영을 할 수 있는 덱과 숙박시설도 마련돼 있지만 사전 예약은 필수다.


● 방긋 웃는 코스모스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에 위치한 신화가든은 제주에서 가장 넓은 코소모스 정원이 펼쳐져 있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인 코스모스도 제주 곳곳에 화사하게 피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에 위치한 신화가든에는 제주에서 가장 뜨고 있는 코스모스 정원이 조성돼 있다. 축구장 면적과 비슷한 약 7500m² 대지에 코스모스가 활짝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가 코스모스를 대신한다. 꽃이 핀 정원에서 약 300m 길이의 산책로를 따라 자유롭게 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왕따나무’와 곳곳에 놓인 색깔의자가 사진 명소다.


● 가을 입맛을 돋우는 제주
모메존식당의 깅이죽.
가을바람이 불면 제주 사람들은 통과 의례처럼 죽을 끓여 먹었다. 그중 깅이죽이 대표적이다. 깅이죽은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다. 깅이는 제주 방언으로 작은 게를 뜻한다. 작은 게들을 모아 죽을 끓이는데 관절에 좋은 약이라 알려져 물질에 지친 해녀들이 즐겨 먹었던 보양식이다. 모메존식당(제주시 도두3길 17)은 깅이죽을 내놓는 제주에 얼마 남지 않은 전문점이다. 깅이죽은 별다른 양념이 없지만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수다뜰의 콩국.
11월에 접어들면 제주 농부들은 콩을 수확하기 바쁘다. 오래전 단백질 섭취가 힘들었던 제주 산간 지역 사람들이 콩으로 고기를 대신했다고 한다. 멸치와 각종 야채로 육수를 만들고 콩을 불려 갈아내 끓이는 콩국은 온 마을 사람들이 나눠 먹는 별미였다. 수다뜰(제주시 명림로 164)의 콩국은 한입 먹어보면 입안으로 퍼지는 감칠맛의 여운이 인상적이다. 담백한 국물과 배추, 콩의 조화가 자꾸만 숟가락을 들게 한다.


● 메밀의 모든 것 담은 제주

국내에서 가장 많은 메밀을 생산하고 있는 제주는 다양한 메밀음식과 사진 찍기 좋은 메밀밭이 많다.
제주는 메밀의 전국 최다 생산지이다. 그만큼 메밀로 만든 제주 향토음식들도 다양하다. 또 가을 들판을 수놓은 하얀색 메밀꽃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메밀꽃차롱(제주시 연오로 136)의 꿩메밀손칼국수는 꿩과 메밀이 만나 향긋한 메밀향과 진한 꿩 육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꿩으로 만든 꿩엿을 판다. 달콤한 엿을 한입 먹으면 꿩고기가 씹히는데 이색적이면서도 맛있다.

메밀꽃차롱의 꿩메밀손칼국수.

메밀꽃밭이 펼쳐져 있는 한라산아래첫마을 제주메밀(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675)에서는 상큼한 비비작작면을 맛볼 수 있다. 어린이가 천진난만하게 낙서하듯 그리는 모양을 이르는 제주 방언인 비비작작에서 이름을 땄다. 들기름과 비법 소스를 얹어 비벼 먹는 비비작작면은 슴슴한 특유의 메밀 맛이 살아있다.

한라산아래첫마을 제주메밀의 비비작작면.


● 내손 내귤(내 손으로 내가 딴 귤)
가을에는 제주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감귤농장을 찾아 감귤따기 등 체험활동을 즐긴다.
가을에 제주의 많은 감귤농장에서 감귤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직접 감귤밭에 나가 향긋한 감귤향을 맡으며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감귤을 따는 재미는 제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1kg을 따는 데 5000원 정도다. 서귀포에 몰려 있는 감귤농장에서는 감귤 따기 체험 외에도 다양한 생태 체험 활동을 하며 동물들도 구경할 수 있다.

서핑하기 좋은 해변으로 알려진 이호테우해변에서 해가 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이호테우해변의 명물인 목마 등대를 배경으로 아이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가을의 제주의 맛을 좀 더 알고 싶다면 제주의 신선한 가을 식재료를 적극 활용해 국내외 유명 셰프들이 요리법을 개발하고 맛집을 소개하는 제5회 제주푸드&와인페스티벌(JFWF)을 활용하면 좋다. 12월 31일까지 온라인 중심 행사로 열리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확인하면 된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제주의 가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제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공동기획: 제주관광공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