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2013년부터 이미 삼성 중심 축

김현수기자

입력 2020-10-25 10:32 수정 2020-10-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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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회장이 쓰러지기 전인 2013년 말부터 이미 삼성그룹의 중심 축 역할을 해왔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으로는 2013년 6월 중국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이 부회장이 직접 안내한 것이 꼽힌다. 당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권오현 부회장 또는 방중 경제사절단에 삼성 측 대표로 포함된 강호문 부회장이 안내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 부회장이 직접 영접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박 대통령 영접을 통해 삼성그룹의 후계자라는 점을 확고히 하고 대내외 위상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이 부회장의 역할도 예상보다 빠르게 바뀌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2014년 이후 이뤄진 계열사 매각 및 그룹 사업 재편 등 주요 결정을 직접 내려왔다”며 “과거 아버지를 보필하던 황태자에서 직접 경영권을 쥐고 그룹 전반을 지휘하는 핵심으로 빠르게 역할 전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4월 서울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초청 조찬 간담회에도 삼성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요 사업 부문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삼성전자가 잇달아 발표한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의 특허 공유 협약 등에도 이 부회장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2014년 4월 중국 하이난(海南) 섬에서 열린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연사로 나서 의료·헬스케어 사업을 스마트폰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데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삼성의 후계자가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차세대 주력사업을 언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듬해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500억 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제3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 제4공장 투자를 감행해 생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 전문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이재용 체제’로의 빠른 전환에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그는 GM, 골드만삭스, 코카콜라, 보잉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는 비공개 모임인 ‘비즈니스카운슬’의 회원이며, 매년 7월 미국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미디어 콘퍼런스’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이 부회장이 직접 서울 서초사옥에서 맞이한 글로벌 경영자만 해도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에릭 슈밋 전 구글 CEO 등이다.

‘꽌시’로 통하는 중국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 2013년 최태원 SK회장의 뒤를 이어 보아오포럼 이사를 맡아 중국 측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 온 이 부회장은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지도부 서열 1, 2, 3위를 모두 만나는 기록을 세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경영인 중 처음으로 중국 시안을 찾아 현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50주년을 맞아 ‘동행’이라는 새로운 삼성 비전을 내건 이 부회장은 명실상부한 삼성의 리더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깜짝 실적을 내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5G(5세대 이동통신), 전장 등 미래산업부문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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