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길 따라 마을 한바퀴… 하늬바람도 쉬어가자고 하네

예천=김동욱 기자

입력 2020-10-24 03:00 수정 2020-10-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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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코리아]그림 같은 풍경 경북 예천
전통가옥 즐비한 금당실 마을 정겨움 가득
낙동강변 쌍절암 숲길 쉬엄쉬엄 걷기 좋아
동틀 녘 비룡산 올라 회룡포 바라보면 감탄 절로


‘육지의 섬’이라 불리는 회룡포는 내성천이 마을을 350도 빙 둘러 흐른다. 회룡포를 한 눈에 담으려면 해발 190m 비룡산 자락에 있는 회룡대로 가는게 좋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223개 계단을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주변이 탁 트이는 회룡포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경북 예천은 가을의 정취와 서정을 느끼기 좋은 곳이다. 마을과 들판을 굽이도는 물길이 잔잔하고 곱다. 낙동강을 비롯해 금천, 내성천, 한천, 금곡천 등이 예천 곳곳에 흐른다. 그 물길을 따라 아름다운 풍경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지만 위압적이지 않다. 하나하나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려 액자로 만들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낮은 담벼락이 매력적인 마을
금당실마을은 고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통마을로 담도 낮고 집도 낮다. 또 대부분의 집에 대문이 없는 점도 이채롭다.

안동에 ‘하회마을’이 있다면 예천에는 ‘금당실마을’이 있다. 조선시대 전통 가옥 수십 채가 잘 보존돼 있다. 금곡서원, 추원재, 반송재 등이 대표적인 고택이다. 마을에 360여 가구가 있는데 대부분 낮은 건물이다. 마을 밖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아 마을에 들어서면 시골 동네에 이렇게 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조선 태조가 도읍지로 정하려 했던 십승지지의 하나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으로 알려졌다.

금당실마을의 특징은 마을 안 고택과 채소밭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키 낮은 돌담길이다. 약 7.2km 길이로 가슴 높이 정도의 돌담길이 미로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막돌담장과 토석담장, 기와담장, 흙담장 등 다양한 종류의 낮은 돌담이 정겹게 다가온다. 투박하게 쌓아 올린 담장 너머로 마을 집들의 살림살이가 한눈에 보인다. 담장을 따라 덩굴이 자라고, 들꽃들이 피어 있다. 대부분 집에 대문이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마을 사람들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반갑게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로 인심이 넉넉하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집과 마을을 가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동네 자체가 커다란 정원 같은 분위기라 산책하듯 걷기에 더없이 좋다.

마을 뒷산인 오미봉에 오르면 마을이 한눈에 담긴다. 걸어서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오미봉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 봉우리 아래에는 마을 방풍림으로 ‘쑤’라 불리는 소나무숲(천연기념물 제469호)이 있다. 금당실마을의 자랑거리로 마을 사람들에게 쉼터 같은 공간이다.


○가을에 걷기 좋은 생태숲길
낙동강 쌍절암 생태숲길은 삼수정에서 삼강주막까지 4.2km 길이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걷기 좋은 길이다.


낙동강 쌍절암 생태숲길은 가을 분위기를 느끼며 쉬엄쉬엄 걷기 좋다. 풍양면 삼수정에서 삼강주막까지 4.2km 길이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 중 1.6km 구간은 나무 덱으로 이뤄졌는데 계단이나 높은 경사의 오르막이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몰고 갈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하다.

생태숲길 전 구간이 낙동강을 따라 이어져 있다. 중간중간 전망대가 있어 숲과 낙동강의 경치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가는 도중 큰바위얼굴, 자라바위, 코끼리바위 등 재미있게 생긴 바위들과 마주한다. 바위 모습도 재미있고, 붙여진 이름도 특이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100m 절벽에 위치한 관세암은 작은 암자지만 그곳에서 보는 낙동강과 주변 풍경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나무 덱 구간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낙동강이 길 옆, 아래로 흘러 한낮에도 뜨거운 햇살을 피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다. 전국에 많은 생태숲길 가운데 손꼽을 정도로 멋진 산책길이다.

쌍절암 생태숲길 끝에 위치한 삼강주막은 낙동강 줄기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주막이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 등 삼강의 합수머리에 있다 해서 삼강주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00년 전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2005년 주막을 운영하던 유옥연 할머니가 세상을 뜬 뒤 빈집으로 남아 있다가 2007년 예천군이 복원했다. 방 두 개, 툇마루와 부엌 그리고 조그마한 마당이 있는 소박한 주막이다. 그 옆에 수령 200년 이상 된 회화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삼강주막 주변은 삼강문화단지로 꾸며졌다. 옛 보부상이 그러했듯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전과 묵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켠다. 다만 주변 노래 소리가 커 조용하게 삼강과 삼강주막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 힘든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육지의 섬’ 회룡포

회룡포 마을 주변으로 나 있는 산책로. 마을이 크지 않아 마을 전체를 둘러보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회룡포는 ‘육지의 섬’ 같은 곳이다. 내성천이 350도 돌아 마을을 섬처럼 가두듯 빙 둘러 흐른다. 회룡포라는 이름도 용이 휘감아 치는 듯 빙글 돌아나가는 형상이라고 해 붙여졌다. 원래 의성포라 했는데 이웃한 경북 의성에 속하는 지명으로 착각할 수 있어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회룡포를 한눈에 담으려면 해발 190m의 비룡산 자락에 있는 회룡대로 가는 게 좋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올라가면 된다. 가는 도중 총 223개 계단을 만난다. 계단을 세며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인 회룡대가 나타난다. 회룡포와 주변 풍경이 잘 보인다. 회룡포마을과 물길, 산, 들녘이 조화롭게 들어앉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회룡포는 언제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해가 뜰 때가 으뜸이다. 회룡포 뒤로 보이는 하트산도 놓쳐선 안 될 명소다. 두 개의 산이 겹치며 만들어진 골짜기가 하트 모양이다. 회룡대에서 봉수대와 원산성으로 가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 비룡산 너머 삼강주막까지 2∼4시간 걸린다. 회룡대에서 회룡포마을까지 걸어서 20분 정도면 내려갈 수 있는데, 장안사 주차장까지 다시 돌아와야 한다. 보통 회룡대에서 회룡포 풍경을 감상한 뒤 회룡포마을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놔두고 마을로 걸어 들어간다.

회룡포마을로 들어가려면 뿅뿅다리를 건너야 한다. 구멍이 무수히 뚫린 철판으로 만든 다리로 1997년 놓였다. 동그란 구멍으로 물이 올라올 때 퐁퐁 소리가 난다고 해서 처음에는 퐁퐁다리라 불렸다. 하지만 ‘퐁퐁’이 ‘뿅뿅’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이젠 뿅뿅다리로 이름이 굳어졌다. 다리 중간에 구멍에서 물이 올라올 만큼 약간 잠긴 구간도 있지만 건너는 데는 문제가 없다. 회룡포마을은 주민이 약 20명으로 경주 김씨만 모여 산다.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데 걸어서 30분이면 충분하다.


○액자로 걸어두고픈 풍경
내성천변에 있는 선몽대는 1563년 지어진 정자로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계절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예천에는 풍경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인 장소들이 있다. 초간정은 키가 큰 소나무와 단풍나무들이 정자 앞을 휘돌아 나가는 금곡천과 어울려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는 삼수정은 그 앞에 600년이 넘은 회화나무 한 그루와 수령 200년의 소나무 세 그루가 서 있는 모습이 색다르다. 내성천변에 있는 선몽대는 계절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강 너머에서 바라보면 신선이 머무는 곳 같은 느낌을 준다.

융궁면에 있는 용궁역은 간이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1928년에 문을 열었고 2004년 역무원이 없는 역이 됐다. 역 주위로 토끼와 용 조형물이 설치됐고 ‘별주부전’을 테마로 한 벽화가 그려져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역에는 ‘별주부전’을 떠올리게 하는 ‘토끼간빵’을 판다. 주변에는 순대와 오징어불고기를 파는 식당들이 있어 발길 닿는 곳에 들러 예천의 맛을 즐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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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예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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