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소비 늘자 재활용 쓰레기 홍수… 분리배출, 이젠 필수과제[인사이드&인사이트]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20-10-23 03:00 수정 2020-10-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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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쓰레기 재활용법

지난달 10일 경기 수원시 자원순환센터 야적장에 실내 저장공간 포화로 넘쳐난 폐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올 들어 재활용 폐기물이 무섭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5년간 가정의 플라스틱 배출량은 연평균 6∼8%씩 증가했는데 올해는 그 속도가 더 빠르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배출된 플라스틱은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다. 비닐도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주택가에서 수거한 폐기물만 종합한 수치다. 민간업체들이 수거하는 아파트 단지 폐기물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한 해의 전국 폐기물 발생량은 통상 2년 뒤 정부 통계가 나온다. 업계에선 “2022년에 통계가 나오면 2020년은 재활용 폐기물 증가세가 사상 최대치였던 해로 기록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 코로나19가 미친 영향


올해 재활용 폐기물이 급증한 배경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그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했다. 택배와 음식 배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해마다 10% 내외의 상승세를 보이던 택배 물동량은 올해 두 배로 늘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를 오간 택배 상자는 16억770만 개. 지난해 같은 기간 배달된 택배 상자(13억4200만 개)에 비해 19.8% 늘었다. 소비자가 물품을 받은 뒤 버리는 택배 상자와 테이프, 택배 송장, 완충재도 그만큼 더 많아졌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는 대신 집에서 시켜 먹는 소비는 더 가파르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온라인을 통한 배달 음식 거래액은 10조3373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엔 5조9027억 원이었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도 일회용품 사용을 늘렸다. 올해 2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따라 식당과 카페 등 식품접객업소 내에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카페 내 일회용 컵 수거량은 2월 3만6572kg에서 8월 6만1547kg으로 급증했다. 일회용 컵 사용량은 매장 내 사용을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지난해 1월 7만950kg에서 12월 4만2489kg으로 꾸준히 줄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다시 늘어난 셈이다.

플라스틱 재질로 만드는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사용량이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올 4월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모든 유권자가 일회용 장갑을 끼기도 했다. 당시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총선 하루에 쓰인 일회용 장갑(8800만 장)을 모두 쌓으면 ‘63빌딩 7개를 쌓을 정도’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 ‘자원순환시스템’ 개편 필요성 커져

페트병, 비닐봉지, 스티로폼, 플라스틱 배달용기 등 재활용 폐기물의 대부분은 석유로 만드는 플라스틱류가 원료다. 유가가 비쌀 때는 이 플라스틱이 귀한 재생원료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2018년 플라스틱을 대량으로 사들이던 중국 시장의 문이 닫혔고, 올해는 유가마저 떨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배출되는 플라스틱은 늘었는데, 가격 경쟁력은 낮아져 갈 곳 없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더구나 재활용 폐기물 수거 시장의 60%는 민간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아파트 입주민 단체 등과 연간 계약을 맺어 돈을 주고 재활용 폐기물을 수거한 뒤 이를 되팔아 이득을 남긴다. 그런데 요즘처럼 플라스틱 가격이 떨어지면 수거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도리어 손해다. 저유가 상황일 때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의 수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환경부는 지난달 23일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까지 제품 생산 이후 판매 및 재활용품으로 배출되고 처리되는 전 과정의 개선 방안을 담았다. 생산자가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게 하고, 지자체가 재활용 폐기물 수거를 책임지고 관리하게 하고, 재활용품 선별업체 지원을 강화해 재생원료의 품질을 높이고, 폐기물 처리시설을 늘려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많이 고민한 결과”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장인 박상우 충남도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특히 지자체에 수거 및 처리 책임 의무를 부여한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간 별도의 기준이 없어 과대포장 지적을 받아왔던 택배 상자 내부의 공간 비율 기준을 만들겠다고 한 점도 “기존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이란 평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진행 속도에 대해서는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다”란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예를 들어 너무 크거나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되는 택배 포장재를 줄이는 정책은 더 시급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택배 상자 공간 비율을 정하려면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법적 절차를 거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데다 업계가 “준비할 기간을 달라”고 요구해 유예 기간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택배 증가세는 예년보다 두 배로 빨라졌는데, 과대포장을 줄일 법적 근거는 빨라야 내년 말에야 적용되는 셈이다.

다회용 상자를 활용해 물건만 배송하고, 상자는 회수해 재사용하는 사업은 택배 포장재를 효과적으로 줄일 방안으로 꼽히지만 이 역시 추진 속도가 더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수가 용이한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에서 다회용 상자가 정착되는 데 10년이 걸렸다”며 “판매자와 물품이 다양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서 다회용 상자 활용을 확대하려면 더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철저한 분리배출·회수 확대가 과제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분리배출이다. 분리배출은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재생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첫 단계다. 경제 활동을 지속하는 한 재활용 폐기물은 계속 배출될 수밖에 없다. 재활용률을 높이고 재생원료를 활용하는 시장을 키워야 한다. 박 교수는 “재활용 폐기물이 다시 제조·생산 단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하려면 원자재와 유사한 품질이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폐기물이 같은 재질끼리, 깨끗하게 분리배출된다면 선별하는 데 드는 부담도 줄고 고품질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생원료 품질을 높이려면 제품을 판매한 기업들이 분리배출이 어려운 제품들을 수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지지만 육안으로 구분이 어렵고 이물질이 묻기 쉬운 비닐이 대표적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제과점은 빵을 포장한 비닐을, 유통업체는 완충 비닐을 회수하는 식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화장품·샴푸병처럼 세척하기 쉽지 않은 데다 플라스틱·유리·고무·철제스프링 등이 혼합돼 분리가 어려운 용기들은 소주·맥주병 보증금 제도처럼 강력한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홍 소장은 “정부는 올해 재생원료를 공공 비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직된 재활용 폐기물 시장의 숨통을 틔웠다”면서도 “분리배출 효율을 끌어올리고 재생원료 활용처를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폐기물 적체로 인한 후폭풍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다회용품 사용 늘려야


근본적으로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다회용품 사용을 확대해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 특히 카페에서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식당에서도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먹는데 유독 카페에서만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건 습관 때문”이라며 “무조건적인 일회용 컵 사용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의 위생 수칙만 잘 지킨다면 다회용 컵이나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마시는 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음식 배달에 쓰는 일회용기를 대체할 다회용기 활용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 중국음식점들이 하던 방식처럼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배달하고 회수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기되지만 수거 인력 인건비, 세척비 등을 고려하면 개별 식당들이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다회용기를 빌려주고 수거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기고 있지만 일회용품보다 단가가 높고, 인력이 많이 필요해 고전하고 있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보다 강력하게 제한하고 지역별 다회용기 수거·회수 센터를 만드는 등 인프라 구축에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늘어나는 재활용 폐기물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첼시 로크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연구팀이 9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가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2030년이면 연간 최대 5300만 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묘책은 없다”면서도 “다양한 방법을 시급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의 혁신, 기업의 적극적인 포장재·플라스틱 감축, 시민의 철저한 실천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를 줄일 수 없다는 의미다.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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