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리자 부산 집값 껑충… ‘해-수-동’ 1년새 2배 뛴 곳도

조윤경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0-10-22 03:00 수정 2020-10-2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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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대상지역 해제뒤 부동산 열기
6월 셋째주부터 18주 연속 상승세
재건축 예정-신축 단지 신고가 경신
임대차법에 전세값도 함께 올라


시중은행의 부동산 프라이빗뱅커(PB)인 A 씨는 올 들어 부산으로 출장을 대여섯 번 다녀왔다. 최근 부동산 매매가 전반적으로 움츠러들고 있지만, 유독 부산 지역 부동산에 대한 투자 문의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해운대구와 수영구의 재개발·재건축 예정지를 둘러보고 왔다. 지난해에는 부산에서 서울로 투자하겠단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거꾸로 서울 고객들이 부산 재개발·재건축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투자자들까지 합세해 부산 아파트 값이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 등 지방 핵심 주거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대출 조건과 전입 의무 규제 강화 등으로 매매가 상승세가 주춤한 서울과 달리 각종 규제를 비켜 나간 부산에선 재건축 예정 단지와 신축 단지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신고가 기록이 바뀌고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아파트 전용면적 84m²는 지난달 14억1000만 원에 팔렸다. 재건축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신고가 거래를 한 것. 이곳은 1년 전까지만 해도 평균 6억∼7억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1년 새 아파트 값이 2배 가까이로 상승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엘시티더샵’ 전용면적 186m²는 지난달 21일 35억 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7월 30억5000만 원에 거래된 뒤 두 달 만에 4억5000만 원가량 더 뛰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월 둘째 주(12일 기준) 전주 대비 0.18% 상승했다. 부산 아파트값은 6·17부동산대책 시행 직전인 6월 셋째 주(15일 기준)부터 10월 둘째 주까지 18주 연속 급등세다. 누적상승률이 2.28%에 달하는데, 이른바 ‘해·수·동’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 기간 부산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의 주간 아파트값 누적상승률은 각각 6.81%, 5.90%, 3.72%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국이 1.9%, 서울이 0.61%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상승한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세가격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해운대구에 위치한 500여 채 규모의 입주 3년 차 ‘해운대자이’ 아파트 인근 A 부동산에선 “이 동네 전셋값은 올 초 대비 1억5000만 원 이상씩 올랐다”며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데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되며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려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이나 포항 등 다른 지방도 사정이 비슷하다. 울산 남구와 포항 북구는 6월 3주∼10월 2주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각 5.26%, 2.63% 상승했다.

정부는 6·17대책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시 전세대출을 회수하거나 6개월 이내 전입 의무 등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반면 부산은 지난해 11월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자금 조달 방법까지 들여다보는 등 규제 강화로 거래가 위축되고 있는 반면 지방은 한동안 가격이 눌려 있다가 다시 오르고 있다”며 “현재 유동성이 넘치고 있어서 이런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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