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사내벤처, 혁신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다

박지원 기자

입력 2020-10-22 03:00 수정 2020-10-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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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대상 사내벤처팀 4개 운영…팀당 최대 1억원 사업자금 지원
친환경 먹거리 생산-폐기물 자원화…사내벤처 2개팀 본격 사업화 나서
폐광지역 상생형 산업생태계 구축


애플체인이 경기 파주 들꽃어린이집에 조성한 키친가든에서 어린이들이 생태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띁
우버, 에어비앤비, 네이버, 지금은 세계적인 IT 공룡이 된 구글까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기업들의 시작은 작은 벤처기업이었다. 구글이 맨 처음 탄생한 곳은 작은 차고였고 네이버의 첫 시작은 삼성SDS 직원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있다고 누구나 쉽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패하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과감한 도전과 지원이 없다면 새로운 글로벌 기업은 태어나기 힘들다.

이에 삼성, SK, 현대 등 많은 국내 기업들이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에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개인에게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다.

강원 정선군에 위치한 강원랜드의 사내벤처는 경제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과 차별된다.

그 이유는 강원랜드의 설립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낙후된 폐광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설립된 강원랜드는 지난 20여 년 동안 호텔, 카지노, 골프장 등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며 국세 및 지방세 납부, 지역 식자재 우선 구매, 지역 인재 우선채용 등 직·간접적으로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육성해 장기적으로는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폐광지역 경제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 창의적 아이디어 가진 직원에 창업 기회 제공


강원랜드는 2019년 본격적으로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했다. 실현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직원들의 우수한 아이디어에 대해 회사의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 창업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강원랜드는 매년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사내·외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사내벤처로 육성할 팀을 선발하고 있다.

선정된 팀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우선 팀당 최대 1억 원의 사업 자금을 지원한다. 또 창업 경험이 없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창업 교육, 외부 벤처 전문가 멘토 등을 지원한다. 선발된 직원들은 경영전략실 산하 별도 조직에 배치돼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사업 육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와 함께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안정적인 회사 복귀가 가능하도록 창업 휴직 제도를 신설하고 특허권 획득 시 격려금을 지급하는 발명성과보상금제를 도입하는 등 직원들의 아름다운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 사내벤처 1기 본격 사업화 추진… 비약적 성장

2019년 3월 강원랜드 본사에서 열린 사내벤처 1기 업무협약식(왼쪽에서 다섯 번째 문태곤 대표이사·코로나19 전이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다). 강원랜드 제공
강원랜드는 현재 1기, 2기 합쳐 4개의 사내벤처를 운영 중이다. 사내벤처 1기인 애플체인과 자원업사이클은 최근 1년 6개월 동안의 육성기간을 마치고 독립 분사, 사내 사업화 등을 통해 사업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체인은 서로 다른 식물군 간 상생원리를 활용한 키친가든(생태정원)의 개념을 도입했다. 친환경 농법을 활용해 농약, 비료, 퇴비 등 없이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어 관리도 편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애플체인은 그동안 서울 도봉구 방학동 다가구임대주택 옥상정원 조성, 강원 영월군 덕포리 커뮤니티 가든 조성, 경기 파주 들꽃어린이집 생태정원 조성 등의 프로젝트에 참가해 올해 9월까지 누적 매출 1억1000만 원을 달성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줬다.

분사 후에는 외부 전문가 영입, 크라우드 펀딩 판매채널 구축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키친가든의 개념을 고령화된 폐광지역 내 농가에 보급해 적은 노동으로도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 버려지는 자원 새롭게 재탄생 ‘업사이클’



강원 정선 사북 동원C지구에 위치한 자원업사이클의 음식물 쓰레기 자체 처리 공장.
자원 업사이클의 주요 사업은 동애등에를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사업이다.

이들은 육성기간 동안 기술개발을 통해 관련 특허 2건을 정식 등록하고 하이원리조트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 총 105t을 자가 처리해 기존 외부 위탁처리 대비 3000여만 원의 비용을 절감하며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는 연간 1400t을 친환경 처리해 3억9000만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강원랜드는 자원업사이클팀을 사내 사업화해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치 제조, 부산물을 활용한 퇴비·사료 가공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리조트 내 친환경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 공간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 ‘스페이스 밸류’


왜곡 없는 영상투사장치를 주요 기술로 앞세운 사내벤처 2기 스페이스 밸류는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제8회 국토교통기술 아이디어 공모전에 도전해 9월 기술 아이디어 분야에서 대상(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면에 시그널을 보낼 수 있는 영상투사장치를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에 부착해 라이더 간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사내 동아리서 출발한 목공예 사업 ‘우드리즘’

사내벤처 2기 우드리즘이 5월 강원 정선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목공예 교육을 진행했다. 강원랜드 제공
하이원리조트 체험형 공방 ‘파베르 스페이스’에서 지역 목공예 작가와 함께 수첩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 고객. 강원랜드 제공

사내 동아리에서 출발한 우드리즘은 목공예 사업을 통한 소셜벤처를 표방한다.

하이원리조트 마운틴 콘도 일대에 팔찌, 명함지갑 등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형 공방 ‘파베르 스페이스’를 지역 공예 작가들과 협업으로 운영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리조트 고객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개인 공방 제작, 주택 리모델링, 마을기업과 연계한 목공예 교육, 폐파레트를 활용한 인테리어 DIY 키트 개발 등으로 올해 매출 1억7000만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리조트 사업과 시너지로 수익 확보에 집중

강원랜드는 앞으로 사내벤처 도약기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다. 지금까지는 내부적인 제도 정착기였다면 이제는 친환경 먹거리, 폐기물 자원화 등 기존 리조트업과 시너지를 발휘해 안정적인 사업 수익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역 벤처와의 협업, 외부 벤처펀드 연결 등 신생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지역사회와 상부상조할 수 있도록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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