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대기” 어르신 독감주사 긴 줄… 일부 헛걸음

이미지 기자 , 김수현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전남혁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입력 2020-10-20 03:00 수정 2020-10-2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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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이상 백신 무료접종 첫날
대기 인원 많아 발길 돌리기 일쑤… 일부 병원 2시간만에 물량 소진도
트윈데믹 우려속 접종수요 몰려
질병청 “원활한 공급위해 노력”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피해 보상이 이뤄진 사망 사례는 총 1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10월 독감백신을 접종한 뒤 밀러피셔증후군이 발생했고, 이듬해 2월 흡인성폐렴으로 숨진 만 65세 여성이다./뉴스1 © News1

“문 여는 시간 맞춰 9시에 왔는데 1시간 반이나 기다렸네.”

19일 오전 10시 반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만난 고정애 씨(86·여)가 진료실을 나서며 말했다. 만 70세 이상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 이날 병원을 찾은 건 고 씨뿐이 아니다. 100m² 남짓한 병원 대기실에는 40명 가까운 어르신이 예방접종예진표를 손에 쥔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벤치형 의자 3개에 앉은 어르신들은 오랜 기다림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접수 창구의 직원 2명은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지금 오시면 기다리셔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오후 2시 서울 성동구의 한 병원에도 30명 넘는 대기자가 몰렸다. 여기저기서 “2시간 기다렸다” “난 3시간째 대기 중”이라는 대화가 오갔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선 한 어르신은 꽉 찬 대기실을 둘러보고 “오늘 주사 못 맞겠네”라며 발길을 돌렸다.

첫날부터 대상자가 몰리면서 일부 의료기관은 오전에 접종 물량이 바닥났다. 충남 부여군 한 의원은 오전 9시 문을 열자마자 어르신들이 몰리며 2시간 만인 11시경 하루 접종물량(100명) 접종을 마감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의사 1명은 하루 최대 100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 의료기관 한 곳에 너무 많은 접종자가 몰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광주 광산구 한 의원도 오전 8시 반 문을 연 지 3시간 만에 100명 접종을 끝냈다.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 원장은 “오전에 접종이 끝났는데 20명 정도가 왔다가 돌아갔다”고 전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의 보건소에서는 아예 독감 접종을 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켰다. 본보 취재 결과 서울과 부산, 울산, 충북 청주시, 강원 춘천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보건소는 길게는 수년째 독감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이 같은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가 뒤늦게 확인한 뒤 “보건소를 찾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가 많고 대도시의 경우 민간 의료기관이 많기 때문에 보건소 접종을 하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정을 모르는 어르신들은 보건소를 찾았다가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당분간 독감 접종을 둘러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윈데믹’(두 가지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 공포에 최근 유통 사고로 백신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면서 초기부터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어서다.

질병청에 따르면 18일 기준 전체 접종은 955만 건으로 전체 접종물량(2898만 도스)의 30%가 넘는다. 이달 13일 무료접종을 시작한 중고등학생(만 13∼18세)도 이미 전체 대상의 44.1%가 접종을 완료했다. 질병청은 각 지역 인구 규모에 따라 백신을 공급해 무료접종 물량이 부족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만 12세 이하의 경우 물량 부족이 현실화돼 13∼18세 접종 물량의 최대 15%를 전환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접종률 추이를 파악해 잔여 백신물량에 대해 재배분을 시행하고 또 향후에 원활하게 백신 수급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백신 조달 방식, 유통 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김수현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 전남혁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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