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연희 ‘채붕’ 보러 세종대왕릉 놀러오세요

조선희 기자

입력 2020-10-20 03:00 수정 2020-10-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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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25일까지 ‘조선왕릉문화제’ 개최
동구릉 서오릉 등 조선왕릉 7곳서, 시민참여 문화예술 프로그램 진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2020 조선왕릉문화제’가 25일까지 열린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는 ‘조선왕릉문화제’는 왕릉을 새로운 전통문화 관광 자원으로 육성하고 문화 향유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처음 열린다.

주제는 ‘새로보다, 조선왕릉’으로 시민들이 조선왕릉을 다채로운 문화 행사로 만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동구릉, 서오릉, 선정릉, 영릉 등 7개 주요 조선 왕릉에서 총 21개 시민 참여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조선의 왕릉은 궁궐에서 100리를 넘지 않게 한다는 왕실의 규정에 따라 대부분 서울 외곽과 경기도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역사적인 가치뿐 아니라 풍수사상을 기반으로 당대 최고의 명당에 위치해 손에 꼽을 만한 아름다운 녹지 공간이 특징이다.

조선왕릉문화제 행사의 꽃인, 왕릉 브랜드 공연인 ‘채붕―백희대전’을 눈여겨볼 만하다. 23일 경기 여주에 위치한 세종대왕릉인 영릉에서 공연되는 채붕은 전통연희의 하나다. 왕이 능을 참배하고 환궁(還宮) 시 어가 행렬을 맞이할 때 또는 선대왕의 신위를 종묘에 모시고 난 후 백성들 앞에서 연희와 백희를 선보이는 공연이나 무대를 일컫는다. 조선시대 우인(優人) 광문의 기록을 모티브로 새롭게 재창작했으며 채붕 위에 펼쳐지는 백희는 물론이고 쌍사자, 풍물, 줄타기, 솟대쟁이 등이 화려한 연희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선왕릉문화제 시작 첫 주말인 17, 18일에는 선정릉 보물찾기, 서오릉 야별행, 영릉 왕릉 음악회 등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문화제 두 번째 주말인 24, 25일에는 경기 구리시에 위치한 동구릉에서 동구릉 스탬프 투어, 건원릉 억새풀 체험, 동구릉 소리길 산책, 예술 공간 ‘왕릉 포레스트’ 등이 진행된다. 동구릉 스탬프 투어는 동구릉 9기의 능을 모두 방문해 다양한 미션을 완수한 뒤 각각의 스탬프 라운지에서 스탬프를 찍고 성과에 따라 기념품을 받는 왕릉 체험 프로그램이다.

동구릉에 위치한 태조 이성계의 능인 건원릉에서 이뤄지는 억새풀 체험은 억새 절정기에 능침(무덤)을 특별 개방해 역사 해설과 공연도 함께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동구릉 소리길 산책은 해설과 음악 공연, 왕릉 산책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탐방 프로그램이다. 예술 공간 ‘왕릉 포레스트’의 경우 동구릉 현릉 앞 숲길에서 감성 공연을 진행하며 힐링할 수 있는 시공간을 연출한다.

경기 구리시 동구릉 건원릉.
서울 중심에 위치한 선정릉에서는 도심 속 왕릉 산책 프로그램 ‘달빛 품은 왕릉에 서다’가 진행된다. 가을밤 도심 속 왕릉을 산책하며 역사와 유적에 대한 해설, 연극과 국악 공연까지 함께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주말에 자녀와 함께 참여하면 좋을 선정릉에서 진행되는 ‘휴휴, 왕릉에서 쉬어가요’ 행사에서는 선정릉 재실에서 전통 약차와 궁중병과를 즐기며 공연도 관람할 수 있는 왕릉 휴식 힐링 프로그램이다.

이 외에도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서오릉과 여주 세종대왕릉인 영릉에서도 각 왕릉별 특색에 맞는 ‘휴휴, 왕릉에서 쉬어가요’ 행사가 진행된다. 시민을 위한 쉼터를 조성해 왕릉에서의 이색적인 힐링 타임을 마련한다. 조선왕릉문화제 기간 선정릉, 서오릉, 동구릉, 영릉에서 시민을 위한 종합 안내데스크가 운영된다.

조선왕릉문화제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이 구리시, 여주시 등 지자체와 협력해 시민에게 즐거움을 줄 새로운 문화 행사를 만들기 위한 협력 모델로 지역 축제와 연계해 지역 활성화를 도울 계획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조선왕릉문화제를 통해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조선왕릉 공간이 가진 특색을 잘 살린 복합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전통 문화재와 교감할 수 있도로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나명하 본부장은 “코로나19 상황만 아니었으면 16개 시도가 모두 참여하는 행사로 진행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앞으로 야간 능 개방 행사, 궁궐 개방 행사 등으로 규모를 확대해 ‘대한민국 대표 축제’이자 국가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선왕릉문화제의 개요와 왕릉별 시민 참여 문화 프로그램은 홈페이지(www.조선왕릉문화제.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왕릉 40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조선왕릉은 조선(1392∼1897)과 대한제국(1897∼1910) 시대에 조성된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무덤이다.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왕조는 왕릉 조성과 관리에 효(孝)와 예(禮)를 갖춰 정성을 다했다.

왕릉을 조성할 때에는 풍수사상에 따라 최고의 명당을 선정하고 최소한의 건조물을 설치해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지도록 했다. 왕릉 조성과 관련된 모든 절차와 관리 실태는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모범으로 삼도록 했고 현재까지도 각 왕릉에서는 매년 왕릉제향을 지내면서 역사적 전통을 잇고 있다.

조선왕릉과 같이 500년 이상 이어진 한 왕조의 왕릉들이 훼손 없이 온전히 남아 있는 예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이러한 역사적·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6월 30일 대한민국 소재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조선 왕릉 총 42기 중 북한 소재 2기 제외)됐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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