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들의 사전에 이혼이라는 말은 없다

노트펫

입력 2020-10-19 09:12:10 수정 2020-10-19 09: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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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늑대의 책임감과 수컷 고양이의 무책임

[노트펫] 수컷 늑대만큼 억울한 동물도 드물다. 바람둥이의 대명사, 무책임의 대명사로 세상에 널리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늑대는 단독생활을 하지 않고,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대자연의 운명에 의해 부부로 짝을 맺은 늑대는 그 인연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이 사고나 질병으로 죽지 않는 이상 계속 인연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늑대 부부는 하늘이 죽음으로 갈라놓기 전까지 결코 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늑대들의 사전에는 이혼이라는 말이 없다. 사람처럼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변호사에게 부탁하여 이혼소송을 하지 않는다. 늑대들의 부부 사랑은 시튼동물기(Wild Animals I Have Known)의 주인공 중 하나인 이리왕 로보(Lobo, The King of Currumpaw)를 보면 알 수 있다.


늑대 부부는 자신들의 새끼를 금지옥엽처럼 키운다. 암수가 한 마음이 되어 온갖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팩(pack)이라고 불리는 늑대 무리의 대장은 수컷 늑대다. 그런 수컷들은 매우 용맹스러운데, 그 내면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컷 늑대가 느끼는 책임감은 인간 세상에서 가족들을 위해 뼈가 빠지게 노력하는 가장들의 책임감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늑대의 책임감 내면에는 자식에 대한 것도 있지만, 자신의 아내에 대한 것도 크다. 따라서 덩치 큰 수컷의 사나움은 마치 동면의 양면처럼 책임감의 다른 이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수컷 고양이는 책임감의 화신(化身)과도 같은 수컷 늑대와는 다른 동물이다.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압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 때문이다. 백수의 제왕인 사자를 제외한 모든 고양잇과동물의 수컷들은 새끼를 키우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

다른 침입자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어린 새끼들을 지키는 수사자를 제외한 고양잇과동물 수컷들은 출산 및 양육에서 거의 기여가 없다. 이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신 이후 고양잇과동물 암컷들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모든 의무를 지니게 된다. 완벽한 독박출산과 독박육아다. 이는 대자연에 존재하는 질서 중에서 가장 불합리한 질서 중 하나다. .

야생에서 인간 세상으로 무대를 완전히 옮긴 집고양이들에게서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 수컷에게는 태어난 새끼를 돌보는 시간에 자신의 유전자를 더 퍼트리기 위해 다른 암컷을 찾는다. 냉정하면서도 무책임한 아빠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암컷 고양이는 수컷과는 전혀 다른 존재다. 헌신과 끈기의 대명사와 같은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어미가 된 암컷 고양이의 목표는 단 하나다. 자신의 소중한 새끼가 하루 빨리 제대로 된 고양이로 만드는 것이다. 학원으로 치면 밤낮 없이 핵심을 짚어 강의하는 속성반의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렇게 책임감으로 뭉쳐진 암컷 고양이는 무책임감으로 가득 찬 수컷 고양이와는 생활의 태도부터 다를 수 밖에 없다. 평소 행동 하나하나에서도 이런 사고의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에는 수컷은 나이가 먹어도 철이 들지 않는 철부지 같이 보이게 되고, 암컷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진지한 고양이로 보이게 된다. 물론 그게 맞는 얘기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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