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나가는 ‘K농업’… 동남아부터 중동까지 농업한류 열풍 가속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0-10-16 10:00 수정 2020-10-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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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카르타·말라위서 농업개발사업 잇따라 수주
지난 1967년 시작된 K농업… 사업범위·영역 확대
국내 농업 기술력·경험, 해외 수요 꾸준히 증가 추세


자카르타 해안방조제 개발사업 조감도
한국의 우수한 농업농촌발전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이른바 ‘K농업’ 해외진출이 최근 굵직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방조제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마무리하고 연말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해당 사업추진이 확정되면 총 사업비 20조 원에 달하는 자카르타 대방조제 건설사업의 국내기업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아프리카 말라위 쉬레밸리지역 농업개발사업을 수주했다. 2800억 원 규모 프로젝트로 말라위 1년 GDP(국내총샌산)의 3.4%에 달하는 농업분야 최대 국책사업으로 알려졌다.

농어촌공사의 해외사업은 지난 1967년 베트남에 주월한국농업사절단 파견을 시작으로 추진됐다. 이후 1972년 베트남 고콩지구 시범농업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해외사업이 본격화됐다. 작년까지 49개국에서 약 3403억 원 규모 185개 사업을 수행했고 현재 19개국에서 40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특히 2000년대 초반까지는 대부분 사업이 동남아에 편중됐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민간기업의 해외 농업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농식품산업 해외진출사업과 개발도상국 기근해소 및 자립 지원을 위한 공적원조사업인 국제농업협력사업이 추가되면서 동북아와 아프리카, 중남미지역까지 사업 영역이 크게 확대됐다.
○ 현지 맞춤형 사업 전략 추진… 민간업체 해외 진출 지원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해외사업은 목적과 참여방법 등에 따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해외기술용역사업은 농업개발을 희망하는 국가의 재원 또는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의 기술지원 자금이나 차관에 의해 발주되는 용역사업에 국제경쟁입찰을 거쳐 참여하는 사업이다. 주로 수자원과 관개개발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조사, 세부설계 및 공사감리, 영농기술 전수 등을 수행하는 일종의 전문컨설팅 사업이다.

최근에는 농촌과 습지, 농장, 지하수 개발 등 점차 참여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농어촌공사는 전했다. 지난해까지 35개국에서 159개 사업을 완료했다. 올해는 13개국에서 21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농업협력사업은 개발도상국의 기근과 농업·농촌문제 해결을 통한 자립 지원을 위해 2006년부터 공적개발원조(ODA)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2011년 시행·관리기관으로 지정돼 16개국에서 45개 사업을 추진했다. 작년까지 28개 사업을 완료했다. 현재 9개국에서 17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까리안댐 건설사업 현장
수원국의 농촌지역 빈곤감소와 식량자급 개선을 주요목표로 하는 만큼 사업 발굴 단계부터 대상 국가 상황과 구체적인 수요, 파급효과 등을 심사해 추진한다. 이에 따라 농지의 경지정리부터 용배수로, 관개용 댐, 식수개발, 농축산물 가공, 수확후 처리시설 구축 등 현지 상황에 맞춤형으로 추진되는 것이 특징이다.

사업자금 융자와 해외농업환경 조사, 컨설팅 등을 통해 우리 농산업 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농식품산업 해외진출사업은 2017년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에서 사업명칭을 변경한 것으로 기존 주요 곡물의 국내반입 위주에서 생산, 유통, 농기계, 종자분야 등을 영위하는 국내업체의 현지정착과 조기안정화를 뒷받침하는 교두보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2009년 사업 시작 당시 35개 기업(곡물 2만5000톤)에 불과했던 민간 해외진출은 지난해 기준 187개 기업(곡물 78만 톤)이 29개 국가에 진출해 10만 헥타르(ha)에 달하는 농지를 개발했으며 콩과 옥수수, 밀 등 식량곡물을 재배해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러시아 연해주에 극동영농지원센터를 개설했다. 기업의 법인 인·허가와 수출입 과정 행정절차, 현지 정부 기관 협상채널 운영 등 사업 추진을 위한 제반사항을 통합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국내 자급률이 낮은 곡물자원의 국내반입 확대로 이어졌다. 곡물의 국내반입량이 2010년 224톤에서 2018년 3만2848톤으로 146배가량 크게 증가했다.
○ 코로나19 불구 K농업 수요↑… 사막지역 벼 재배 사업 주목

농어촌공사는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달라질 해외시장 여건변화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의 자연재해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자국보호주의 확대, 개발도상국의 쌀 소비 증가 등이 K농업 수출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어업과 수자원분야 해외시장은 8조6000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국내 농어업토목분야 기술력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 추세라고 전했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지만 전 국토의 97%가 사막인 탓에 대부분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국(UAE)에서 이뤄지는 벼 재배 실증시험을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젝트는 2018년 한-UAE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농업기술협력사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1차 시험재배를 마치고 현재 농지기반 정비와 다양한 관개수원을 통한 경제성 확보를 위해 공사와 농촌진흥청이 협력해 2차 실증재배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김인식 농어촌공사 사장은 “지난 110년간 축적된 우리 농어업토목분야 기술력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1월 해외에서 수행할 수 있는 사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사법 개정과 지난 50여 년간 세계 각지에서 다져온 신뢰관계가 충분히 형성된 만큼 농수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위축된 우리 농수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국내 젊은 농어업인에게 해외진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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