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레스토랑 죽쑤는데… ‘진대제 펀드’의 아웃백 왜 잘나갈까

강유현 기자

입력 2020-10-13 03:00 수정 2020-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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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레이크 2016년 인수이후
경영진 물갈이-구조조정 대신 IT 강점 활용 고객 수요예측
19% 그치던 냉장유통 88%로 늘려… 프리미엄 메뉴 집중-배달 확대
올들어 매출 18%-영업익 52%↑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7.8%, 51.7% 늘어난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다. 1990년대 서구식 외식문화 확산을 타고 등장한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아웃백)다. 이 회사는 8월 전 직원(약 4500명)에게 코로나19 격려금을 100만 원씩 지급했다.

아웃백코리아는 2016년 ‘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토종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에 인수됐다. 통상 PEF가 기업을 인수하면 혹독한 인력과 비용 절감 등의 구조조정 후 매각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스카이레이크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스카이레이크는 올해 다른 PEF들과 아웃백 매각 협상을 진행해오다 최근 “제값을 받고 팔겠다”며 매물을 거뒀다.


○ PEF는 구조조정? 반대로 갔다

스카이레이크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창업한 정보기술(IT) 특화 PEF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아웃백 미국 본사인 블루밍브랜즈인터내셔널로부터 아웃백코리아를 570억 원에 인수했다. 스카이레이크의 첫 외식업 도전이었다. 한때 130개에 이르던 아웃백 매장은 당시 70여 개로 쪼그라든 상황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인수 첫해 각각 1942억 원, 26억 원이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각각 2850억 원, 201억 원을 내다보고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일반적인 사모펀드들이 쓰는 경영진 물갈이, 구조조정 등을 하지 않았다. 스카이레이크 측은 “성장에 대한 경영진과 직원들의 의지가 매우 강했다. 이들을 계속 신뢰하고 PEF는 조력자로서 역할을 했다”며 “비용 줄이기 또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대신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새 단장하거나 좋은 상권으로 옮겨 다시 문을 열었다. 잘하던 일은 살려 나갔다. 아웃백의 인기 식전빵인 ‘부시맨 브레드’를 무한정 주는 서비스도 계속했다.


○ IT 노하우로 수요 예측… 스테이크와 배달

스카이레이크의 전략은 ‘스테이크하우스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었다. 과거엔 대부분 냉동 고기로 스테이크를 구웠다. 고기 재고 관리는 쉬웠지만 맛은 별로였다. 스카이레이크는 맛이 더 나은 냉장 고기로 바꿨다. 이를 위해 IT 전문 PEF의 강점을 살려 20여 년간 고객 데이터와 지역 상권 등을 분석한 수요 예측 시스템을 만들었다. 냉장 유통을 하더라도 버려지는 고기가 거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냉장 유통 비율이 19%에서 88%로 상승해 스테이크는 모두 냉장 고기로 구울 수 있게 됐다. 직원들의 출근 일정을 짜는 데도 이 수요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스카이레이크는 ‘충분한 가치를 주고 상응하는 돈을 받자’는 전략에 따라 메뉴를 고급화했다. 블랙라벨, 토마호크, 티본스테이크 등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스테이크를 내놓고 동시에 적자 메뉴는 없앴다. 고객 1인당 지출액인 객단가는 2016년 1만9209원에서 올해 9월 말 2만9556원으로 53.9% 상승했다. 프리미엄 메뉴 주문이 늘어나자 주방과 직원의 생산성도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에는 배달로 대응했다. 스카이레이크가 지난해 도입한 배달 서비스는 매출이 지난해 23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117억 원으로 증가했다. 3년 뒤 1000억 원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배달 전용 매장만 14개다. 내년에는 50개로 늘어난다. 스카이레이크 측은 내년 상반기(1∼6월) 아웃백을 다시 매물로 내놓을 계획이다. 스카이레이크는 현재까지 1000억 원가량 투자이익을 회수했다. 원금 대비 약 75%의 이익을 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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