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확보 옵티머스 내부문건 “이헌재 소개로 채동욱 고문 위촉”

신동진 기자 , 위은지 기자, 배석준 기자

입력 2020-10-09 03:00:00 수정 2020-10-09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투자사업에 정관계 개입정황 담겨
檢, 김재현 작성 내부문건서 포착
‘주범 바꿔치기’ 등 형 감경 관련 수뇌부 진술도 확보, 진위여부 수사
월 500만원 자문료 지급 진술 관련 채 전총장 “황당… 사실 아니다”
尹총장, 이성윤에 “철저수사” 지시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 대표(50·수감 중)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작성한 내부 문건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고위급 정관계 인사들이 투자 사업에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검찰은 또 옵티머스 수뇌부가 ‘주범 바꿔치기’ 계획을 세우고 검찰과 법원을 매수해 형량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진위를 수사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올 6, 7월경 옵티머스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김 대표 등 핵심 운영진이 만든 내부 문건 2개를 확보했다. 펀드 문제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올 5월 10일 작성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과 같은 달 22일 작성된 ‘회의 주제’라는 제목의 문건이다.

김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5월 10일자 문건에서는 채 전 총장의 이름이 3번 언급된다. 2018년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 매출채권 일부가 위조된 것이 확인돼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한 것과 관련해 “이헌재 고문님의 소개로 법무법인 서평, 채동욱 변호사 고문 위촉, 형사사건 전담토록 함”이라고 쓰여 있다. 이 문건에는 2018년 12월 이후 “채 전 총장이 지정한 법무법인 한송에서 모든 매출채권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간 한 물류단지 사업의 진행 내역을 열거한 대목에선 채 전 총장이 올 5월 해당 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과 면담을 가졌다는 언급도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가 채 전 총장이 대표로 있는 서평과 법률자문 계약을 맺고 월 500만 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는 취지의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총장은 이 같은 기록에 대해 본보 기자에게 “황당하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평 측은 “2019년 5월부터 법률자문을 한 건 맞지만 올 6월 자문 계약을 해지했고 이번 사건 관련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다. 매출채권 검토도 금시초문”이라며 “채 전 총장이 해당 광역자치단체장의 초대로 몇몇과 함께 식사 자리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물류단지나 인허가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광역단체장은 “채 전 총장에게서 물류단지 관련 질문이나 청탁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옵티머스 고문인 이 전 부총리도 매달 500만 원의 고문료를 지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총리는 옵티머스가 진행 중인 인프라 펀드와 발전소 프로젝트 투자를 각각 추천 또는 제안했다고 문건에 기재돼 있다. 본보는 이 전 부총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휴대전화 수신이 정지된 상태였다.

5월 22일자 문건은 옵티머스 사내이사이자 김 대표와 함께 펀드 사기 혐의로 구속된 윤모 변호사(43·수감 중)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현장 검사에서 발견된 이 문서에는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사무실 PC와 임원들의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펀드 사기 주범을 윤 변호사로 위장하기 위한 준비 계획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범을 자처한 윤 변호사가 실형을 사는 동안 가족 생활비와 변호사 선임비 등 시나리오 실행 시 필요한 자금 계획도 작성됐다.

이 문건에는 “지금 단계에선 검찰 라인보다 금감원 라인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수사와 재판에 대비해 법원과 경찰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신모 회장 라인’도 등장한다. 신 회장은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고급차 롤스로이스 렌트비와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 등 수억 원의 금품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전관 변호사 A 씨가 현직 금감원 간부 B 씨와 식사를 하며 사건 진행 상황을 알아본 정황도 관계자 전언으로 함께 적혀 있다고 한다. 윤 변호사는 자신이 김 대표의 ‘대역’을 맡아 검찰 수사를 받는 동안 김 대표 등이 사업을 계속해 피해액을 줄임으로써 형을 감경받는 계획을 세웠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올 6월 말부터 옵티머스의 정관계 및 법조계 로비 의혹을 의심할 만한 구체적 진술과 기록을 확보했지만 두 달 넘게 대검에 관련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여권 인사의 실명이 담긴 증언을 피의자 신문조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위은지·배석준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