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나발니 “노비촉 후유증 심각…죽을 것 같았다”

뉴시스

입력 2020-10-07 11:27 수정 2020-10-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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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촉, 고통도 전혀 없었다"
환각·손 떨림·근육통 등 남아
"그래도 러시아로 돌아간다"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노비촉 중독 당시 상황을 BBC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또 최근엔 환각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6일(현지시간) 보도된 인터뷰에서 그는 “(노비촉을 탄 음료를 마신 후) 으슬으슬한 기분이 들었지만 특별한 고통은 없었다”면서 “하지만 ‘곧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나발니는 지난 8월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항공기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독일 단체가 혼수상태에 빠진 나발니를 직접 이송해 치료를 시작했고, 의식을 회복한 그는 현재 베를린에서 재활 중이다. 이날 인터뷰 역시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공황 발작, 혹은 배탈 같은 증상이 아니었다”며 “그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엔 ‘곧 죽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시야가 흐려지지도 않았다면서 “다만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나발니는 “(사건 이후) 오랫동안 환각을 봤다”며 “나는 아내와 의사 등이 ‘당신은 심각한 사고를 당했고, 다리를 잃었다’고 말한 걸 들었다. 의료진이 척추와 다리 이식을 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대화가 진짜로 일어났다고 확신했다. 밤마다 환각으로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환각은 사라졌지만 최근에는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나발니는 말했다. 그밖에 손 떨림, 근육통 등 크고 작은 증상들이 계속되는 중이다.

전 세계 화학무기 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이날 나발니의 혈액과 소변에서 발견된 생물지표(biomarker)를 검사한 결과 노비촉 계열의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노비촉은 옛 소련 시절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다. 지난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보다 5~8배 강한 독성을 가진 물질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발니는 지난주 독일 매체 슈피겔의 인터뷰에서 “나는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언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러시아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이다. 나발니는 “친푸틴 세력은 오랫동안 나를 해외로 내몰기 위해 노력했다”며 망명 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다만 내 명분과 내 조국을 위해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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