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국 수출 안한다던 메디톡스, ‘메디톡신’ 中 수출업체와 대금 관련 법정 공방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0-10-07 10:30 수정 2020-10-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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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물품대금 105억 지급하라” 민·형사 소송 제기… 메디톡신 中 수출업체(의약품도매상) C사 맞고소
C사 측 “국가출하승인 받지 않은 제품 중국 판매용으로 공급… 메디톡스 동북아사업팀 제품 가격·재고 관리”
메디톡스 “소송중이라 자세한 설명 어렵다” 말 아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일명 ‘보톡스’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메디톡스가 의약품·의료기기를 중국에 수출·판매하는 업체(의약품도매상) C사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디톡스가 보톡스 제품 공급에 대한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C사를 고소했고 C사 측도 맞고소에 들어간 것. 그동안 제기됐던 메디톡스 제품의 중국 수출 관련 의혹이 국내 법정 다툼으로 번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이다.

현재 메디톡스 보톡스 제품은 중국에서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중국 내 메디톡스 보톡스 제품 유통은 불법이다. 중국 시장에서 승인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엘러간의 ‘보톡스’와 중국 란저우생물학연구소의 ‘BTXA’ 뿐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로부터 보톡스 제품 ‘메디톡신(영문명 Meditoxin, 과거 Neuronox)’을 공급받아 제품을 중국에 수출했던 의약품유통업체 C사는 지난달 25일 서울성동경찰서에 메디톡스를 고소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에 앞서 메디톡스는 해당 업체를 상대로 지난 6월 105억 원대 민사소송을 접수했다. 7월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C사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5월 15일 C사와 중국 내 유통을 위한 보톡스 제품과 필러 공급을 위한 계약을 구두로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메디톡스는 지난해 4월 5일까지 C사에 약 329억 원 규모 제품을 공급했다. 메디톡스 측은 이 가운데 물품대금 약 105억 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또한 물품대금 미지급이 사기에 해당한다며 형사고소까지 들어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수출용 제품을 판매했던 업체와 대금 문제로 소송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소송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설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의약품유통업체 C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로부터 제품을 구매할 때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국가출하승인은 생물학적제제를 판매 전 제조단위별로 국가가 시험과 검토를 통해 제품 품질을 확인하는 제도다. 출하승인을 통과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일본 등에 메디톡스 제품을 수출해 온 C사는 중국 수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겼고 메디톡스가 상장사이고 큰 회사이기 때문에 절차상 법적 요구사항이 모두 충족된 것으로 신뢰했다고 계약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일본 수출의 경우 당국 품목허가 없이 개인 의료기관에서 개별 수입이 가능해 수출에 문제가 없었고 중국 수출 물량으로 공급받은 제품 역시 합법적으로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계약을 진행한 것”이라며 “특히 메디톡스 법무팀이 법률적 검토를 충분히 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향후 법률적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허가받지 않은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중국 수출 조건으로 수백억 원 규모 물품을 공급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C사 측은 고소장을 통해 메디톡스의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도 요청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국가출하승인 정보 관련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메디톡스로부터 공급받은 보톡스 제품이 모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약사법에 의거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이 국내에서 유상 양도된 경우 수출을 위한 목적이더라도 수출로 평가되지 않고 국내 판매에 해당되기 때문에 형사처벌과 허가취소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경우 수출을 위해 의약품도매상에 공급한 거래 그 자체도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사실을 알지 못했던 C사는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메디톡스가 만든 보톡스와 필러 제품을 중국에 수출했다. 이 시기부터 중국 내에서 한국산 보톡스 제품에 대한 인기가 급증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국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난 2017년부터 발생했다. C사가 직·간접적으로 중국에 수출한 메디톡스 보톡스 제품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불법 의약품 유통 협의로 적발됐다. 컨테이너가 현지 당국에 압수되거나 유통을 앞둔 제품이 압수되는 등 현지 유통 관련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C사의 경우 중국 수출을 위해 재판매했던 업체들로부터 메디톡스 제품 관련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업체 측이 받지 못한 물품대금 규모는 약 73억 원 상당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에는 중국 충칭시 불법 의약품 대량 유통 적발과 관련된 일당이 검거됐다는 보도가 현지 매체를 통해 기사로 나왔다. 현지 보도를 통해 공안이 압수한 제품이 메디톡스 제품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중국은 보툴리눔 톡신을 신경독소로 지정, 마약류로 분류해 엄격하게 통제·관리하고 있다. 특히 메디톡스는 자사 보톡스 제품을 중국에 정식으로 수출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현재 제품명 ‘뉴로녹스’로 중국 시판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중국 수출 물량 대응을 위해 신공장 투자도 발표한 바 있다.

C사 측은 메디톡스 동북아사업팀이 중국 수출 관련 의약품유통업체를 직접 관리하고 컨트롤했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신 중국 수출 과정에서 전달받은 메일 등을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중국 밀수출 정황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적발된 후에도 메디톡스와 C사의 거래가 지속된 점을 주목할 만하다. C사에 따르면 중국 현지 소식이 전해진 상황에서도 손실 보전 등의 별다른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류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책임은 유통업체가 감당하라는 식이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도 메디톡스는 물품 공급을 멈추지 않았고 영세한 의약품유통업체들은 대금을 갚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메디톡스 제품을 공급받았다.

C사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대금채무를 지게 된 상황에서 메디톡스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아 판매를 해야 대금을 지급할 수 있고 사업도 영위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지난해 4월까지 거래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 측은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메디톡스의 위법 행위도 지적했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 가격통제로 인해 의약품도매업체는 채무가 쌓일 수밖에 없었던 구조라고 강조했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사업자가 상품이나 용역을 거래할 때 거래 상대방에게 가격을 정해 상품을 그 가격대로 판매하거나 제공하도록 강제 또는 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상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

C사에 따르면 메디톡스가 지속적으로 재판매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일정가격 이하로는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메디톡스는 매달 업체들로부터 판매 실적 증빙서류와 재고량 보고를 받았고 재고실사를 나오는 등 가격정책 준수 여부를 감시했다고 전했다. 메디톡스가 정한 가격정책을 어기고 다른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 것이 발각되면 거래를 끊거나 공급량을 줄이는 등 제재를 통해 실질적으로 재판매가격을 강제했다는 게 C사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해당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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