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빠진 햄버거…김장철 배추는 ‘金추’…“장보기가 무섭다”

세종=구특교기자

입력 2020-10-06 18:31 수정 2020-10-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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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에 사는 이모 씨(30)는 지난 주말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배추가 한 포기에 만 원이 넘는 걸 보고 겉절이김치 담그기를 포기했다. 이 씨는 “재택근무로 집밥 해먹을 일이 많아졌는데 마트에 갈 때마다 채소값이 올라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에 신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배추, 상추는 ‘금(金)추’가 된지 오래고 무 토마토 파 등 채소 값이 자고 나면 껑충 뛰어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통계청이 6일 내놓은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3.5% 올랐다. 2011년 3월(14.6%)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특히 농산물이 1년 전보다 19% 뛰었다. 채소 값이 34.7% 급등한 게 영향을 미쳤다. 무(89.8%) 배추(67.3%) 토마토(54.7%) 파(40.1%) 사과(21.8%) 등이 줄줄이 올랐다.

이 같은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6일 현재 상(上)품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1만911원으로 지난달 평균(9532원)보다 벌써 14.5% 올랐다. 최근 3년 평균가격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로 급등(96.3%)했다. 무 가격도 1개당 3929원으로 지난해 평균(2461원)보다 59.7% 뛰었다. 주부 김모 씨는 “김장철까지 가격이 계속 오를까 걱정된다”며 “당분간 김치를 사다 먹는 게 나을 거 같다”고 했다. 채소 값이 뛰면서 1000원을 별도로 내야 상추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식당까지 생겨났다.

토마토 가격이 급등하자 ‘토마토 빠진 햄버거’도 등장했다.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지난달 말부터 토마토를 빼는 대신 햄버거 가격을 내리거나 양상추, 양파 등 다른 채소를 더 넣어 판매하고 있다. 6일 현재 토마토 소매가격은 1kg당 1만162원으로 지난해 평균(5686원)보다 78.7% 치솟았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토마토 가격이 너무 비싸 수지가 맞지 않는다. 10월 중순까지 이런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밥상 물가가 급등한 건 긴 장마와 태풍으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식당에서 먹는 걸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집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0월 말쯤 가을 김장용 배추가 나오면 배추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집세 부담도 높아졌다. 9월 집세는 0.4% 올라 2018년 8월(0.5%)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전세(0.5%)는 1년 7개월 만에, 월세(0.3%)는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세종=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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