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체납 변호사 금고서 순금-명품시계 ‘와르르’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0-10-06 03:00 수정 2020-10-0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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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
월셋집 살며 호화생활 등 적발
빅데이터 활용해 혐의자 추려 내년부터 최장 30일 감치하기로


국세청이 압류한 그림과 조사관이 체납자의 서재 책꽂이에서 숨겨진 현금을 발견한 모습.© 뉴스1

서울 강남에서 일하는 변호사 A 씨는 세금을 안 내려고 사건 수임료 신고를 하지 않았다. 탈세를 의심한 국세청이 집을 찾아갔지만 A 씨는 신고된 주소지에 살지 않았다.

미행과 탐문을 통해 알아낸 그의 실거주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290m²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A 씨는 월세로 살면서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녔다. 당국이 그의 사무실과 아파트를 덮친 결과 사무실 책꽂이 뒤에는 현금 360만 원이, 집 안 금고에는 순금과 일본 골프회원권, 명품 시계, 명품 핸드백 등 2억 원 상당의 물품이 보관돼 있었다. 국세청은 이를 모두 압류했다.

B 씨는 2017년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다. 세무 당국은 B 씨 역시 고급 수입차를 끌며 신고된 주소지가 아닌 다른 곳에 거주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3개월간 잠복, 미행한 끝에 B 씨의 차량은 타인 명의였고, 경기 지역의 고급 단독주택에 사는 것을 확인했다. 실거주지를 수색해 1만 달러와 명품 시계, 그림 등 1억 원 상당의 물품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이 같은 추적 조사를 벌여 1조5055억 원을 현금으로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징수·확보 금액보다 1916억 원 늘었다.

국세청은 이번 체납조사에서 처음으로 빅데이터 분석 방식을 도입했다. 체납자의 금융거래, 주민등록 주소지 변경, 외환거래, 소득 및 지출 내용 등을 분석해 재산 은닉 혐의가 있는 고액 체납자 812명을 선정했다. 이들을 추적 조사해 체납자뿐 아니라 편법 재산 이전이나 위장 사업, 재산 은닉을 도운 사람까지 형사 고발할 방침이다.

또 내년부터 납부 능력이 있으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세금을 내지 않은 고액·상습 체납자는 세금을 납부할 때까지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수감할 계획이다. △국세 3회 이상 체납 △체납 기간 1년 경과 △체납액 2억 원 이상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이 해당된다. 다만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생계형 체납자는 체납처분을 유예해준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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