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출신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 코로나19로 사망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0-10-05 07:03 수정 2020-10-0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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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4일(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 등에 따르면 겐조는 이날 프랑스 파리 인근 뇌이쉬르센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는 고령의 나이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건강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하루 전인 3일 프랑스 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1만6972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겐조는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스타일의 패션과 문화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혼합하는 작품을 통해 세계 패션계의 ‘전설’로 통했던 인물이다. 그는 ‘섞으면 좋아진다’는 자신 만의 미학을 주변에 자주 말하곤 했다.

겐조는 1939년 2월 일본 효고(兵庫)현 히메지(姬路)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고베 외국어대를 진학했으나 전공에 흥미를 잃고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1958년 도쿄에 위치한 일본 최고의 패션학교 분카패션대로 옮겨 의상에 대해 공부했다. 그는 졸업 후 곧바로 프랑스 마르세유로 향하는 배를 탄 후 1964년 파리에 도착했다.

패션의 본 고장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프랑스 유명 브랜드 레노마에서 보조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 유럽 패션 스타일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이후 1970년 30세가 되자 파리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매장을 열었다.

동양 스타일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밝고 화려한 유럽 스타일을 섞은 그의 패션은 금세 파리에서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와 유럽식 치마와 상의를 적절히 섞어 만든 기성복들이 인기를 끌었다. 1970년 유명 패션 잡지 ‘엘르’의 표지에 그의 작품이 등장했을 정도.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그는 1976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 겐조’를 창립했다. 그의 성공은 1980년대 일본인 디자이너들의 프랑스 파리, 나아가 유럽 진출을 가능케 하는 신호탄이 됐다.

그는 1970년대까지 주로 여성 패션에 집중한 후 1983년 남성 패션, 1988년 향수로 영역을 넓혔다. 특히 향수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겐조 향수병에 그려진 꽃은 겐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겐조는 1993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에 자신의 브랜드를 매각했다. 이후 1999년 패션계에서 떠나면서 디자이너로 살아온 30년을 마무리했다.

르푸앙은 “겐조는 일본식 면화, 도자기, 서양의 미술양식, 식물, 꽃, 일상의 색상과 주변의 빛 등을 섞어 독특하면서도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패션을 선보였다”며 “세계 패션계의 자신만의 독특한 유산을 남긴 후 사라졌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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