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끈질긴 추적 끝에…父 살해범 찾아낸 20대 남성

동아일보

입력 2020-09-29 14:35 수정 2020-09-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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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밍쳰과 그의 어린시절 가족사진.

아버지의 살해범을 직접 찾아나선 아들이 17년 만에 범인을 잡는 데 성공했다. 부친이 이웃 남성에 죽임 당한 것을 본 9살 소년은 어느덧 20대 청년이 됐다.

중국 신경보망은 지난 28일(현지시각) 아버지 살해범을 집요하게 추적해 찾아낸 샹밍쳰(向明钱)의 사연을 전했다. 이 남성은 언론에 “내가 산 이유는 이 일 때문이다”면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사건은 지난 2000년 8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9살 소년이던 샹은 이웃에 사는 장 군(가명)과 함께 웅덩이 근처에서 놀았다. 이때 장 군이 장난으로 웅덩이에 돌을 던져 샹을 젖게 만들었다. 화가 난 샹 역시 돌을 던졌고, 두 사람은 욕설을 하며 크게 싸우기 시작했다.

사소한 아이들의 다툼은 부모들까지 나서면서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졌고 장 군의 아버지는 흉기를 들고와 샹의 아버지를 찔러 숨지게 했다.

샹의 가족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뒤늦게 도착했고, 살해범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게다가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으면서 미해결 사건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샹은 살해 당한 아버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학교 생활을 제대로 이어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자퇴한 후 아버지 살해범을 스스로 찾기로 마음먹었다.

샹이 증거물로 제출한 아버지 옷. 중국 언론은 동그라미 친 부분이 칼에 찔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샹은 이후 2007년 윈난성 쿤밍시의 기차역에서, 2013년 푸젠성에서 살해범을 봤다는 정보를 얻었지만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4년 후, 2017년 살해범이 푸젠성의 한 공장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는 푸젠성으로 이동해 3일간 잠복한 끝에 살해범을 찾았다. 샹은 범인 체포를 위해 경찰에 아버지가 살해 당할 당시 입고 있던 옷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이듬해인 2018년 10월 10일, 범인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샹이 범인을 검거하는 데 들인 시간은 17년, 쏟아부은 돈은 무려 8만 위안(약 1400만 원)이다. 기본적인 생활비 외에 비행기 티켓값과 범인과 관련한 정보를 준 사람에게 건넨 사례금 등이 포함됐다.

샹은 아버지의 살해범이 잡혔지만 여기에서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범이 더 있을 거라는 생각 탓이다. 그러면서 그는 “누군가에 의해 관련 자료가 없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당국이 과거 부실수사를 인정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사당국은 “문서가 사라졌다는 보도에 대해 관련 부서가 사찰을 벌이고 있다”면서 “엄정히 처리한 후 수사 상황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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