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말바꾼 방심위…사적보복 ‘디지털교도소’ 결국 문닫는다

뉴스1

입력 2020-09-24 17:19 수정 2020-09-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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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보복 논란을 일으킨 ‘디지털교도소’가 결국 문 닫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2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 사법체계를 부정·악용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전체 사이트 차단 결정을 내렸다.

방심위는 이어 “디지털교도소에 각종 신상 정보를 게시함으로 인해 이중 처벌이 되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열흘만에 ‘일부차단’ 결정 번복한 방심위

이같은 방심위 결정은 불과 열흘전 의결와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앞서 방심위는 디지털교소도에 신상이 공개된 대학생이 목숨을 잃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신상공개 콘텐츠 등에 대해 심의했으나 “전체 사이트 폐쇄는 과잉 규제”라면서 17개 콘텐츠만 일부 차단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심위 조치가 공개되자 ‘사적보복을 조장하는 것이냐’며 역풍이 거세게 불었다. 방심위는 “일부 차단 조치 이후 ‘명예훼손 게시물’ 및 ‘사이트 운영 목적 등 전체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는 민원이 지속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방심위가 사업자에게 ‘접속차단’과 같은 강제 조치가 아닌 자율조치를 요구했지만 이행이 되지 않았다.

◇민원 빗발치고 자율조치도 미흡하자 ‘전체차단’ 의결

방심위는 이례적으로 해당 안건을 재상정해 ‘전체 사이트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박상수 소위원장을 비롯해 심영섭·김재영·강진숙 위원 등 4인이 아청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한 운영자의 자율조치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개별 게시물에 대한 시정요구만으로 심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전체 차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다수결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상로 위원은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과잉규제의 우려가 있고, 강력 범죄자 형량에 대한 사회적 압박 수단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운영진의 취지까지 고려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은 유보하자”는 의견을 제기했다.

방심위 측은 “운영자가 사이트가 차단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옮겨가며 재유통할 가능성에 대비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해외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파악해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접속차단 결정 이후에도 재유통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적보복 논란 디지털교도소, 명백한 위법

디지털교도소는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신상공개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을 일방의 제보만 받고 운영진이 제한적으로 확인해 무고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낙인찍고 신상을 공개하는 등 부작용이 컸다.

실제 한 의대 교수는 디지털교도소에 성추행범으로 신상이 공개되자 검경의 수사를 통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 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신상이 공개돼 있는 기간동안 불특정다수로부터 온갖 욕설과 협박에 시달리는 등 ‘인간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무고한 사람 뿐만 아니라 이미 성범죄 사실이 확정된 범죄자라 하더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교도소를 통해 사적 제재를 가하는 형태는 명백한 위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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