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배달원이 온다’…배달수요 폭증에 ‘동네 알바’ 각광

뉴시스

입력 2020-09-24 10:19 수정 2020-09-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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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겸 소소하게 용돈벌이하는 배달알바
동네 지리 빠삭한 토박이, 속도도 빨라
GS리테일 우딜, 벌써 배달자 2.4만명 모집
"놀면 뭐하니"…7080 노년층도 도전



“배민 뚜벅이(도보 사용 커넥터) 걸리면 처음엔 짜증났는데 이제 구경하는 맛이 있네. 걱정했는데 지름길로 오심. 동네 빠삭한 분인 듯.”

‘배달의 민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이 글이 화제다. 글쓴이는 오토바이를 사용해 배달하는 배민 라이더가 아닌, 걸어서 배달해주는 커넥터가 지름길로 걸어오는 장면을 캡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이 제한되면서 배달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지금껏 식사 위주의 음식만 배달해 받았다면 커피와 디저트, 편의점에서까지 물건을 배달해 받는 추세.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일손이 달리는 요즘, 일반인들의 도보배달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배달원은 소일거리 겸 용돈을 벌 수 있고, 소비자는 배달원을 오래 기다리지 않아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이동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해 배달하는 ‘배민 커넥트’를 운영하고 있다. 배달원인 배민 커넥터는 도보,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을 사용해 배달하는 일종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한다.

지난 6월 기준 약 9000명의 배민커넥터 중 10% 가량이 도보로 배달하고 있다. 배민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이 주문 음식과 식당 위치, 도착지 등을 감안해 라이더(대체로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지입 계약 배달기사)가 적합한지, 커넥터가 적합한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다른 배달앱보다는 도보 사용 배달원이 수월하게 주문배차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등록한 운송수단과 다른 운송수단을 사용했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플랫폼이 제공하는 단체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배민에 운송수단을 자전거나 킥보드로 등록해 단거리 주문을 몰아받고는 실제로는 오토바이를 운행해 배달하는 꼼수를 업계에서는 속칭 ‘자토바이’, ‘킥토바이’라고 한다. 이들은 배달업 생태계를 망치는 주범으로 지탄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론칭한 GS리테일의 ‘우리동네 딜리버리’도 초반 성적이 뛰어나다. 지난 21일까지 2만4000명의 우친(우리동네딜리버리친구, 배달자)이 몰렸다. 예상치의 수 배를 초과하는 실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가 확산되려면 우친이 많이 등록돼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많이 모집될 줄은 몰랐다”며 “한 달 3000명 정도를 목표로 했는데 벌써 2만명이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요기요 모바일앱을 통해 GS25 배달 상품을 주문한 건이 우딜 앱에 전달되고, 우딜 앱을 통해 우친들이 주문 콜을 잡아 고객에게 도보 배달을 완료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배달 가능 반경은 도보 배달임을 고려해 상품을 픽업하는 점포로부터 1.5㎞ 내 지역으로 한정된다.

최근처럼 배달 주문이 밀린 상황에서는 여러 건의 콜을 잡는 전문 라이더보다 배달오는 시간이 짧을 가능성도 크다. 우친이 배달을 완료하는데 드는 평균 시간은 39분이다. 배달이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은 2030세대, 1인가구가 많이 몰려사는 지역이나 상업지역이다. 서울 관악구, 강남구, 동작구가 차례로 1, 2, 3위를 차지했다.

서비스의 콘셉트 자체가 ‘누구나 배달에 참여할 수 있는’, ‘도보를 통한 친환경 배달’, ‘부가 수입 증대’, ‘건강 지향적 삶’이다. 때문에 운송수단을 사용해 여러 건의 주문을 수행하는 전문 라이더에 비해서는 벌이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운동삼아 소소하게 용돈을 벌 수 있어 장노년층 우친도 적지 않다. 우친의 연령대 별 구성비를 보면 30대(36.5%)와 40대(28.0%)가 가장 많지만, 50대(8.2%)와 60대 이상(5.6%)도 10%가 넘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삼아 담뱃값을 벌 겸 소확행을 추구하시는 노년층 우친들이 있다”며 “최고령 우친은 인천 광역시에 사는 82세 여성이고,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75세 남성은 28건의 배달을 마쳤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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