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매입 나홀로 강남아파트 개별 매각한다…로또아파트 되나

뉴스1

입력 2020-09-24 06:10 수정 2020-09-24 10:1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삼성월드타워.(네이버 거리뷰 캡쳐)

빠르면 이달말 서울 강남구에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 46가구가 매물로 나온다. 이 매물은 지난 6월 한 사모펀드가 통째로 사들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강남 한복판 나홀로 아파트인 ‘삼성월드타워’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삼성월드타워의 통매각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강남지역에 대한 각종 부동산 규제 등을 감안해 결국 개별매각이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추석 연휴 전후 개별매각 공고…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은 추석 연휴(9월30일~10월4일) 전후에 삼성월드타워에 대한 개별매각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정KPMG를 재무자문사로 선정하고, 매각주관사 선정·계약과 이지스371호 부동산 사모펀드 해산 결의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11층 규모의 삼성월드타워다. 1997년 입주한 20년 넘은 아파트로 지하철 7호선·분당선인 강남구청역과 가까운 곳에 있다.

지난 6월19일 이지스운용은 삼성월드타워 46가구를 약 420억원에 통매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Δ전용면적 58.8㎡ 20가구를 각각 6억7000만~7억4000만원 Δ84.2m² 20가구를 각각 9억7000만~10억6500만원 Δ83.8m² 6가구를 각각 10억3500만~13억원에 사들였다.

이지스운용은 이들 아파트 매각에서 이득을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각 가격이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운용의 매입가격에 약 10% 추가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펀드 설정 당시 들어간 취득세와 사업비 등은 회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46가구의 매각가는 7억3700만~14억3000만원이 된다.

지난 23일 삼성월드타워 주변 아파트들의 매매 호가는 84m² 기준으로 18억5000만~20억원 선이다. 아파트 브랜드와 입주 연도, 단지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적어도 매각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작 이 아파트를 사려고 해도 각종 규제가 걸려 있어 매입 과정은 까다로울 전망이다.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시가 9억원까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9억원 초과 15억원 미만은 20%가 적용된다. 또 삼성동은 토지거래허가지역이기 때문에 아파트 매입 시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사모펀드 통매입’ 논란 증폭되자 결국 리모델링 사업 철회

앞서 이지스운용의 사모펀드는 20년이 넘은 삼성월드타워를 리모델링하는 등 고급화 작업을 거쳐 아파트 가치를 높인 뒤 다시 분양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 건을 겨냥해 사모펀드의 주거용 아파트 투자 규제를 주장하는 등 ‘금부(금융과 부동산) 분리’를 제안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한 방송에서 “뉴스를 보고 놀라웠다”며 “(사모펀드를 통한) 가장 확실한 투자수단이 돼버렸다”고 언급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사모펀드를 통한 강남 아파트 우회 투자 및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시장경제를 무시한 추 장관의 주장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모펀드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대출규제를 어겼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지스운용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토지’ 담보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주택 보유목적의 일반 담보대출이 아닌 총사업비 약 800억원을 기준으로 개발을 전제로 한 토지 담보 시설자금대출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새마을금고는 서울 내 토지의 경우 최대 80%까지 LTV를 적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새마을금고는 토지가 아닌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로 봐야 한다면서 이지스운용에 내준 LTV 규제 한도 초과 대출금 110억원을 지난달 중순쯤 돌려받았다. 이지스운용도 7월23일 펀드를 청산하고 아파트를 팔겠다고 발표했다. 아파트 매입 이후 불과 한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추 장관 등의 발언과 정부의 정책 기조, 아파트 투기로 인한 과도한 시세차익을 경계하는 분위기 등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이지스운용은 “비록 자금대출의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의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많은 가운데 이번 사태로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조속히 펀드를 청산하고 투자금 및 대출금은 수익자와 대주에게 돌려주는 한편, 해당 아파트는 이익 없이 시장에 내놓아 정상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