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윤리 가이드라인 강화한다

이건혁 기자

입력 2020-09-23 03:00 수정 2020-09-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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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성-폭력성 놓고 잇단 잡음에 플랫폼 차원서 규정 정비 나서
일부 작가 “과도한 검열” 반론도


일부 웹툰이 여성 혐오와 과도한 폭력 표현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아직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K웹툰’의 위상을 고려하면 업그레이드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은 8월 인기 만화가 겸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36)로부터 시작됐다. 네이버웹툰에 연재하는 웹툰 ‘복학왕’에서 여성 인턴이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거쳐 정직원이 되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기안84는 이 장면을 수정하고 사과했다. 네이버웹툰의 ‘헬퍼2’는 여성 노인을 고문하는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항의를 받았고 작가는 사과문을 올린 뒤 휴재에 들어갔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등 웹툰 플랫폼들은 작품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 웹툰 플랫폼들은 한국만화가협회의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 참여하고 작가 등과 협의해 자율적으로 연령 등급 등을 정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불법 행위 묘사 금지 등의 간단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허점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표현의 자유에 민감한 만화계에서는 작품에 대한 개입 확대 움직임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신과 함께’ 등을 그린 만화가 주호민 씨는 18일 인터넷 방송에서 “웹툰 검열이 심해졌다. 과거 국가가 검열을 했다면 지금은 시민과 독자가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웹툰이 이전보다 대중화됐고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통되는 점을 감안하면 웹툰 관련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말 기준 네이버웹툰의 전 세계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6400만 명에 이른다. 카카오의 한국과 일본 웹툰 플랫폼 MAU 합계도 108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 수도 늘어나고 있으며, 전 세계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웹툰을 실시간으로 현지 언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IT업계 관계자는 “웹툰의 선정성, 폭력성 논란이 이전부터 있었음에도 논란의 휘발성이 커진 건 웹툰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라며 “제대로 된 성장을 위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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