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여야, 경제에 눈귀 닫고 자기정치에 몰두하는 것 아닌지”

허동준 기자

입력 2020-09-22 03:00 수정 2020-09-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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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상법개정안 등 재고 호소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자기 정치에 몰두하고 계신 거 아닌지 걱정됩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2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공정경제’ 관련 법안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치권이 표심 관리를 위해 ‘경제를 도구 삼아’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후 3개월간 발의된 기업 부담 법안은 총 284건으로 같은 기간 20대 국회(204건)와 비교하면 40%가량 늘었다. 재계가 반대하고 있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여당은 연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찬성의 뜻을 밝혔다.

국회 출석한 공정위원장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 회장은 “특히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은 양당 지도부와 정부가 모두 하겠다고 의사 표명부터 해놓은 상태라 (정치권과) 의논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을 향해 “기업에 관해서 제일 잘 아는 기업 측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일사천리로 정치권에서 합의를 하면 되겠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지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상의가 주요 입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담아 발표한 ‘상의 리포트’는 경제계의 마지막 호소인 셈이다. 박 회장은 2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 등을 만나 이 보고서와 함께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상법 개정안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및 노사관계법 개정안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를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 등을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이 예상된다며 신중히 논의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특히 경제계가 공통으로 부담 법안 1순위로 꼽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정부의 입법 예고 이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도 원안 그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먼저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면 그중에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권만이라도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감사위원 중 한 명 이상을 다른 이사들과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대주주 의결권은 특수관계인 등을 합산해 3%로 제한하도록 했다. 대한상의는 해외 투기세력들이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경우만이라도 ‘3%룰’을 예외로 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또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내부 거래 규제 대상 확대와 관련해선 지주회사 소속 기업들 간 이뤄지는 거래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앞서 대한상의를 제외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공동 성명을 통해 전면 반대한 바 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해외 투기세력이란 존재 자체가 모호한데, 이들에 대해서만 3%룰을 예외로 한다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까”라며 “경제단체도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오죽하면 ‘투기자본만은 막아 달라’며 예외 조항을 만들어 달라고 하겠느냐”며 “불도저식으로 법안을 계속 처리해 오니 어차피 처리될 것, 뭐 하나라도 바꿔 보자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경제계가 강하게 반발했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은 원안대로 법안이 통과됐다. 대형마트 입점 제한을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회 문턱만 넘으면 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노조법 외에도 정부는 대기업에 기술 유용 행위 입증 책임을 부여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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