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밑장빼기냥?"..예리한 판정으로 게임판 뒤흔든 고양이 심판
노트펫
입력 2020-09-18 17:12 수정 2020-09-18 17:12
[노트펫] 화투를 섞는 집사의 손을 유심히 쳐다보던 고양이는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지 긴 앞 발을 쭉 뻗으며 경고를 날렸다.
집사 지빈 씨의 가족은 매일 저녁 함께 모여 게임을 하는 패밀리타임을 갖는다.
이때는 대화를 많이 나누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 콘솔게임 등들을 하는데 이 날은 재미 삼아 고스톱을 하게 됐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화투를 섞기 시작하자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 '렉스'는 패를 섞는 집사의 무릎에 앉아 심판을 자처했다.
집사가 섞는 화투를 유심히 보던 렉스는 뭔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는지 갑자기 긴 앞 발을 쭉 뻗어 경고를 했다.
당장이라도 "어허!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라며 영화 '타짜' 속 명대사를 날릴 것만 같다.
게임판을 뒤흔드는 렉스의 예리한 판정에 가족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지빈 씨는 "패밀리타임이 되면 렉스는 늘 저희 옆에 와서 구경을 해요"라며 "이 날은 카드가 움직이니까 신기했는지 무릎에 앉아서 구경을 하다가 앞 발로 툭 쳐보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2살이 된 렉스는 지빈 씨네 넷째 고양이다.
이사를 하기 전 주택에서 살았던 지빈 씨는 바람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가 아깽이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보니 꼬꼬마 렉스가 문 앞에서 울다가 지빈 씨를 보더니 집 안으로 들어왔단다.
병원에서 간단한 지료를 받은 뒤 지빈 씨네 넷째로 들어오게 된 렉스는 엄청 순하고 다정다감한 개냥이란다.
집사가 이름을 불러주면 대답도 잘 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지 시도 때도 없이 수다를 떤다.
렉스는 올해 8월 비가 많이 내려던 날 지빈 씨 아버지의 손에 구조돼 가족이 된 막내 '알린이'도 살뜰히 돌봐주고 있다는데.
자다가도 알린이가 울면 후다닥 일어나 옆에서 지켜주고 그루밍도 해주는 듬직한 형이라고 한다.
올해로 10살이 된 '우디'는 첫째답게 듬직하면서도 가족들 앞에서는 한없이 애기 같은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가족끼리 외식을 갔다가 그곳에서 돌봐주고 있던 어미 길냥이가 낳은 아깽이들을 보게 된 지빈 씨네 가족은 사장님과 이야기 끝에 우디를 데려오게 됐다.
동생들을 잘 챙겨주며 장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우디는 지빈 씨의 어머니가 체를 해서 새벽에 거실에 혼자 누워 있을 때 지켜주기도 했다고.
지빈 씨 어머니는 그 일이 너무 고마워서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올해 9살 된 셋째 '버즈'는 지빈 씨가 중학생이던 시절 친구가 냥줍한 고양이다.
데려왔을 때만 해도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는데 결국 버즈의 모습에 반해 집으로 들이게 됐고, 지금은 트레이드 마크인 네발 쭉 뻗고 누워 있기 스킬을 뽐내며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지빈 씨네 둘째 냥이 '제시'는 2018년 가을, 먼저 가족들의 품을 떠났다.
파양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냥이라 애지중지하며 돌봤는데 황달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 시간이 길어지다 결국 고양이별로 갔다고.
당시 제시를 보내주고 집에 돌아와 한참을 울었다는 지빈 씨. 그런 지빈 씨를 위로하고 싶었는지 슬며시 다가온 우디는 집사의 팔에 머리를 비볐다.
우디를 품에 안고도 집사가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우디는 한 쪽 발을 지빈 씨의 팔에 살포시 얹었다. 마치 '나도 속상하지만 잘 이겨내고 있으니까 집사도 힘내'라고 말을 하는 것만 같았다.
버즈와 렉스도 지빈 씨가 걱정됐는지 어느새 다가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 날이 지빈 씨에게는 슬프면서도 행복한 날이었단다.
지빈 씨는 "우리 우버렉알! 너희가 없는 삶은 이제 상상도 안 되고, 상상하기도 싫어"라며 "우리집 복덩이들 너희가 있어서 모든 일이 다 잘 되는 거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이어 "손씨네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라며 "지금처럼 이렇게 아프지 말고 함께 하자!"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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