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만 알던 두 남자가 3초 만에 완성되는 육수 완성한 사연

동아닷컴

입력 2020-09-18 17:04 수정 2020-09-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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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IT업계에 몸담았던 두 친구가 육수 만드는 사업가로 돌아왔다. 식품첨가물 제조 스타트업 델리스의 김희곤 대표와 장수문 이사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25년 전 IT관련 대기업, 중소기업들을 다니다 서울 풍납동에서 분식 프랜차이즈 ‘아딸(아버지와딸)’을 창업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장사도 잘 됐다. 그러다가 3년 뒤 서울시가 몽촌토성 복원 개발을 결정했고 인근 주민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를 포기하고 자영업으로 전환해 버텨 보았지만 상황은 점점 어려워졌다. 친구인 장 이사와 술잔을 기울이며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나온 아이템이 바로 육수였던 것.

델리스 주식회사 김희곤 대표(왼쪽)와 장수문 이사(오른쪽)/사진=델리스 주식회사 제공
그렇게 두 사람은 육수로 사업을 하자고 의기투합하고 2018년 9월 델리스를 창업했다. 천연재료를 이용한 조미료 관련 특허권자를 찾아가 함께 연구해 고체육수 초기 버전을 개발하고 기술이전을 받았다.


고체 육수는 어떤 제품인가. 일반 파우더형 육수와 어떻게 다른지
“고체형 육수는 말 그대로 고체로 만든 육수다. 끓는 물에 ‘순간’을 넣고 3초만 기다리면 사르르 녹는다. 멸치, 새우, 버섯, 채소 등을 넣고 푹 우려낸 육수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찬물에서도 1분 정도면 다 녹아 여름에 시원한 장국 등을 만들기 좋다.”

“파우더형 육수는 원물을 갈아 넣어 만든 것이라 물에 풀면 뜨는 현상이 조금 있다. 결정적으로 고체육수와는 맛의 깊이가 다르다고 본다. 우리 육수는 원물을 갈아 넣은 파우더와 달리 열처리를 거쳐 풍미를 더 끌어올렸다.”

사진=델리스 주식회사 제공



‘순간’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부분 ‘육수는 요리 초반에 내서 사용한다’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제품은 이 틀을 벗어났다. 요리 과정 중간이나 마무리 심지어 먹다가 넣어도 된다. 언제든 아무렇게나 넣어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점이 우리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비건을 위한 육수도 개발했다고 하던데.
“맞다. 우리나라 음식엔 국이나 찌개가 많지 않나. 이때 육수가 필요한데 국내 제품들은 어류 육류 육수가 많다. 그래서 채수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하더라. 어떤 분들은 해외 제품을 이용하는데, 독특한 향신료 때문에 뭔가 미묘하게 맛이 다르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채수를 개발했고, 비건 인증까지 받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매출과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제품이다.”

델리스 주식회사 김희곤 대표/사진=델리스 주식회사 제공

고체육수 순간은 최근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제도) 인증을 받아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임이 입증됐고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 참여했던 전시회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고체육수에 관심을 보인 것. 소고기와 해물 맛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와 달리 닭고기 맛을 선호하는 해외소비자들을 위한 ‘치킨육수’를 개발 중이다. 장 이사는 “시국이 좋아지고 다시 큰 전시회들이 열리면 계속해서 수출을 추진하려 한다. 그 날을 대비하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지영 동아닷컴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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