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망률 1위 난소암…피임약으로 예방 가능

뉴시스

입력 2020-09-17 14:20 수정 2020-09-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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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생존률 62% 그쳐…초기 증상 없어 발견 늦어
출산 안한 여성은 경구피임약 먹으면 예방 효과
중앙대병원, 다학제 협진 수술로 생존율 높여



난소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서 조기 발견 및 진단이 어렵고,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경우 70%는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돼 암의 전이나 사망률이 매우 높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난소암(C56)’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수는 2011년 1만2669명에서 2019년 2만4134명으로 2배 가량 늘었다. 여성암 사망자 중 난소암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이른다.

중앙암등록본부 2017년 암등록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62.1% 수준이다. 또 대부분의 난소암 환자들이 발견 당시 3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난소암 3기말의 5년 생존율은 23%, 4기는 11%에 불과하다.

이같이 난소암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초기에 증상이 전혀 없고, 난소암 3기가 돼도 소화가 안되거나 속이 더부룩하거나 배가 불러오는 등 비특이적인 증상뿐이기 때문이다. 또 아직까지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확실한 선별검사 진단법이 없다는 이유도 있다.

난소암의 선별검사에는 질식초음파, 골반내진, CA-125 종양표지자 혈액검사 등이 있지만 검사들의 실제 효용성은 낮은 편이다.

이은주 중앙대병원 암센터 부인암클리닉 교수는 “질식초음파검사에서 난소에 종양이 있으면 다 발견이 되지만 이게 암인지 양성 종양인지는 구별 능력이 낮고 난소암의 종양 표지자 마커인 CA125 유전자는 1기 난소암에서는 50%에서만 증가하고 2기 난소암에서는 60%만 증가하며 암이 아닌 양성 질환에서도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출산경험 없거나 가족력 있는 여성, 경구 피임약으로 예방

난소가 난자를 생성하고 배란을 하는 과정에 난소의 표면층이 터지면서 난자를 방출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손상된 부분을 복구하기 위해 필요한 유전자 발현이 시작된다. 세포의 생성·소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로 암세포도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출산하지 않는 여성이 가임기 때 임신·출산으로 인한 배란 횟수가 줄어들지 않아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임신·수유기간과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배란이 안 돼 난소암의 위험도가 낮아진다.

이 교수는 “현재의 선별진단검사 방법으로는 난소암 조기진단이 쉽지 않은 만큼 임신 경험이 없거나,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는 등 배란기간이 긴 여성은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난소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난소암은 후천적으로 발생하지만 약 5~10% 가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27~4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 중 한명이라도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거나 본인이나 가족, 친척(고모, 이모, 조카) 중 유방암 또는 난소암이 진단되거나 BRCA 돌연변이가 발견된 경우 가족이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또 BRCA 유전자 외에도 MMR 유전자 등 수십개의 유전자의 변이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검사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직계가족 중 난소암, 유방암이 합쳐서 2명 이상이거나 가족 중 대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이 다발적으로 발생한 경우에는 반드시 유전자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며 “가족 중 한명이라도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경우 등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여성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초음파검사와 CA125 종양표지자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외과·비뇨의학과·흉부외과 등 다학제 협진 수술로 잔존 병소 완전 제거

난소암은 여성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지만 일반적으로 1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이 76~93%, 2기의 경우 대략 60~74% 정도로 알려져 있어 조기에 발견만 되면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생식세포종양, 경계성 난소암, 1기 초 상피성 난소암 상태에서 초기에 발견만 된다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해 가임력 보존도 가능하다.

전이가 많이 진행된 난소암의 경우 수술이 매우 복잡해지고 수술 범위도 커진다. 난소암의 생존율 향상과 재발 예방을 위해서는 수술 후 잔존 병소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암 조직을 수술로 최대한 제거하는 종양감축수술을 하기 위해 자궁과 난소 뿐 아니라 전이된 부위에 따라 장간막, 복막, 대장, 소장, 방광 일부, 림프절, 간 일부, 비장 등을 적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 의료진뿐만 아니라 외과,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등 2~4명 이상의 분야별 수술전문의의 협진 수술로 잔존 병소를 남기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수술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또 수술 후 일주일 간은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한 치료와 환자 교육을 해야 하고, 암 치료로 인한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의 조절을 위해 수술 전후 신경심리스트레스클리닉의 협진도 필요하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부인암클리닉은 산부인과를 비롯해 외과,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의료진들이 다학제 협진을 통하여 우수한 치료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대병원에서 지난 10년간 수술한 난소암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예후가 가장 안 좋은 ‘장액성 난소암’ 3기말(stage IIIc) 5년 생존율은 80%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 모든 유형의 난소암 환자 5년 생존율이 62.1%인 것을 감안하면 ㄸ 뛰어난 성과다.

이 교수는 “수술 전 철저한 준비와 난소암 수술팀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거의 대부분의 종양감축수술에서 잔존 병소가 없거나 1cm를 넘는 종양이 없도록 한다”며 “수술 후 1주일간의 집중관리로 수술 후 합병증이 없게 해 항암치료가 2-3주 이내에 시작되도록 하고 항암치료에 의한 부작용을 사전에 관리해 치료 순응도를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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