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택배 멈춘다…노조 “21일부터 ‘분류작업’ 전면 거부”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0-09-17 09:46 수정 2020-09-17 10:25
일부 택배 노동자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과한 업무량을 호소하며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4000여명의 기사들이 오는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한다”고 알렸다.
대책위는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만 하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 이유다”면서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택배사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택배사들은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걱정스런 우려도, 언론의 냉철한 지적도, 대통령의 지시사항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한시적으로 충원할 것을 택배 업계에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택배 기사들의 과로 문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대책위는 택배 기사가 업무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분류 작업’에 쓰는데도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보상을 못 받는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최근 택배 기사들을 대상으로 분류작업 전면 거부를 위한 총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이 투표에는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 조합원을 포함한 4358명이 참가해 4160명(95.5%)이 찬성했다.
마지막으로 대책위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다”며 “배송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더는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택배 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는 택배 노동자의 심정을 헤아려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의 호소 전문이다. |
전국의 4천여명의 택배노동자가 오는 21일부터 공짜노동, 분류작업을 전면 거부합니다. 연이은 과로사로 인해 택배노동자는 두렵기만 합니다. 동료들의 죽음을 보면서 나도 이러다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하루하루 늘어가는 택배물량을 보면서 오늘도 무사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함께 걱정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언론에서도 연일 장시간 공짜노동인 분류작업 문제를 지적하며,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막아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택배산업 주무부서인 국토부도 택배종사자 보호조치를 발표하며 분류작업에 한시적 인력충원을 택배사에게 권고했습니다. 더욱이 지난 14일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택배노동자의 과중한 업무를 지적하며 임시인력 투입을 지시한바 있습니다.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만하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적인 이유이며, 하루 13~16시간 중 절반을 분류작업 업무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푼의 임금도 받지 못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택배사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택배사들은 택배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걱정스런 우려도, 언론의 냉철한 지적도, 대통령의 지시사항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온 사회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우려하며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택배사들은 눈과 귀를 가린 채 버티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분류작업 전면거부는 죽지 않고 살기 위한 택배노동자들의 마지막 호소입니다. 전국 4천여명의 택배노동자는 오는 21일부터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배송하기 위해서 분류작업을 거부하고자 합니다.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습니다. 분류작업 거부로 인해 추석 택배배송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입니다. 배송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더 이상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택배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는 택배노동자의 심정을 헤아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재벌 택배사에 마지막으로 요구합니다. 택배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있는 대책입니다. 물량축소요청제니 mp도입이니 하는 거짓꼼수 대책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택배노동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분류작업 인력투입 등의 실질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합니다. 대책위는 공짜노동 분류작업을 거부하는 전국의 택배노동자를 응원하며,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멈추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9월 17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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