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메이저 퀸’ 이미림 “‘내가 미쳤구나’라는 생각 뿐”

뉴시스

입력 2020-09-14 10:07 수정 2020-09-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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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당당한 ‘메이저 퀸’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을 정복한 이미림(30·NH투자증권)은 “아무 느낌이 안 든다”면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림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브룩 헨더슨(캐나다), 넬리 코다(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한 이미림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유일하게 버디에 성공, 승부를 갈랐다.

이미림이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브리티시 오픈 공동 2위가 최고 성적이었던 이미림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을 풀었다. LPGA 투어 4승째.

이미림은 첫 LPGA 투어 우승이었던 2014년 8월 마이어 LPGA 클래식에서도 연장 접전 끝에 박인비를 누르고 트로피를 차지한 바 있다. 세 차례 연장에서 두 번 웃었으니 비교적 끝장승부에 강했던 셈이다.

이미림은 우승 후 LPGA와의 인터뷰에서 “진짜 아무 느낌이 없다.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는데, 처음 연장전에 나가서 우승했을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기분이 너무 좋다. 안 믿겨진다. ‘내가 미쳤구나’, ‘잘 했구나’ 그런 생각만 든다. 그냥 안 믿겨진다. 언니를 만나고, 가족들이랑 통화를 해봐야 실감할 것 같다”고 보탰다.

칩인 이글 하나가 운명을 바꿨다. 2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임한 이미림은 12번홀까지 버디로만 3타를 줄였다. 16번홀에서는 칩샷으로 버디를 낚았다.

17번홀 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멀어진 듯 했던 이미림에게 18번홀에서 극적 회생했다.
파5홀인 18번홀 두 번째 샷이 다소 길게 떨어져 그린을 지나쳤다. 1개홀을 남겨둔 코다에게 2타 밀려있던 이미림에게는 반드시 이글이 필요했던 상황.

이미림이 시도한 칩샷이 깃대를 맞고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코다가 18번홀을 파로 마치고 헨더슨이 버디를 추가하면서 이미림을 포함한 세 선수가 연장전에 임했다.

이미림은 “사실 17번홀에서 보기를 해 (18번홀에서는) 버디만 하자고 생각했다. 뒷조에서 버디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 2등 스코어만 보고 내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이글이 됐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이미림의 칩샷 감각은 무척 좋았다. 하루에만 칩샷으로 세 번이나 홀을 마무리 할 정도였다. 이미림은 “두 번까지는 한 적이 있는데, 세 번은 없었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미림의 우승은 새벽부터 중계를 통해 지켜본 국내 골프팬들에게도 큰 선물이 됐다. 이미림은 “새벽이었을텐데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감사드린다. 지금 사회적으로 안 좋은 상황인데도 응원 많이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긴 혈투를 해피엔딩으로 장식한 이미림은 “일단 숙소에 가서 가족들과 통화를 할 것이다. 그러면 힘들었던 게 다 풀릴 것 같다”면서 “그리고 잠을 푹 자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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