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회식 줄었다는데… ‘술 취한 운전대’ 되레 늘었다

김소영 기자 , 김태성 기자 , 인천=박희제 기자

입력 2020-09-14 03:00 수정 2020-09-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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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배달하던 50대 가장 숨지고 대낮 만취운전에 6세 아이도 참변
올 1~6월 음주운전 사고 13% 증가, 사망자는 149명으로 작년과 비슷
경찰 “느슨한 언택트 단속은 오해… 윤창호법 시행 처벌강화 명심해야”


음주운전으로 치킨 배달에 나섰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A 씨(33·여)는 경찰 조사에서 “술자리에서 말다툼을 한 뒤 홧김에 차를 몰고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인 3명과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모텔에서 술을 마셨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로 술집이 오후 9시 영업을 종료하자 모텔을 잡아 술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일행과 말싸움 끝에 “집에 가겠다”며 밖으로 나와 운전대를 잡았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을 훌쩍 넘는 만취 상태였다. A 씨가 운전한 벤츠 승용차는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 코로나19 이후 음주운전 되레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회식 등 술자리나 차량 통행량이 비교적 줄었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1% 증가했다. 사망자는 지난해(152명)와 비슷한 149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올 2월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체계를 도입한 이후 완급을 조절하며 시행해 왔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가 한창이던 6일,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대낮에 50대 남성 B 씨의 음주운전으로 6세 남자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이날 오후 3시 반경 술을 마신 뒤 승용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인도에 설치된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햄버거 가게 앞에 서 있던 아이를 덮쳤다. 아이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동작구에서 음주운전자가 골목길을 걸어가던 50대 여성 2명을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같은 달 29일 경기 수원시에서는 음주운전 차량이 앞 차량을 들이받고 달아나 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달 1일 전남 보성군에서는 70세 행인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 단속 방식은 ‘언택트’, 강도는 그대로

일각에서는 일부 운전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다소 느슨해진 것으로 오해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단속 방법이 약간 바뀌었을 뿐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올해 7, 8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운전자가 측정기에 입을 대지 않아도 알코올 입자를 감지하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이용해 단속하고 있다. 이 감지기에서 경보가 울릴 경우 접촉식 측정기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접촉식 감지기가 도입됐을 뿐이지 측정 효과는 이전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6월 시행되면서 사망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는 현상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 안이해질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운전자들은 음주운전이 본인뿐 아니라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중범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 / 인천=박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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