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아시아나항공 노딜 공식 선언…“기안기금 2.4조 지원”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0-09-11 17:41 수정 2020-09-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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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여를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결국 불발됐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매각 무산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즉시 투입하기로 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온라인 기자담회에서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도 이날 “아시아나항공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종시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M&A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에 뛰어든 HDC현산은 2조5000억 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미래에셋의 금융 지원까지 등에 업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HDC현산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겼다. 각국이 봉쇄조치를 단행하면서 항공기가 뜨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 1387%에서 올해 6월 말 2291%로 급증했다.

HDC현산은 4월 초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연기했다. 이어 주식 취득까지 사실상 거부했다. 7월엔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미 충분한 실사가 이뤄졌다며 재실사를 거부하고,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에 의문을 표했다.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마지막 담판’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인수가를 약 1조 원 낮춰주겠다고 했지만, HDC현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무산이 공식화되자 산은은 즉시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최 부행장은 이날 “딜브레이크(매각 무산)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됐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자로부터 일시상환이라는 크로스디폴트 실현될 수 있다. 이에 대처하고자 기안기금 유동성과 자본확충으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산은 등 채권단이 최대주주가 되는 체제로의 전환도 진행된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은의 지분율은 37%에 달한다.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의 비(非)금융 계열사로 편입돼 경영 정상화 절차를 밟은 후 재매각된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는 분리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 산은은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보고서’에서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통매각 원칙에서 물러나 저비용항공사(LCC) 등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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