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가 늘었냐고요’…1조 혈세 투입에 모두가 부글부글

뉴스1

입력 2020-09-11 13:41 수정 2020-09-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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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재확산으로 타격이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위해 7조 8천억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힌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폐업한 상가 내부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떨어져 있다. 2020.9.10 © News1

정부가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씩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공개했지만 혜택을 받는 국민들도 반기질 않고 있다. 1인당 체감 혜택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9300억원의 세수 부담이 오히려 걱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통신비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왜 통신비를 지원해주냐는 것인지도 갸우뚱이다. 대부분 통신비가 무제한 요금제로 ‘정액제’ 기반인데다 한국은 특히 와이파이 환경을 잘 갖추고 있어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난다고 통신비가 늘어나는 상황도 아니다.

더구나 이번 정책 결정은 행정 담당 부처가 아닌 정치권에서 먼저 제안해 ‘선심성’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재정을 경솔하게 집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만원씩 나눠주자”…여당에서 먼저 제안

11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통신비 2만원’ 지급 결정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기획재정부에서 제안한 것이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제안해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당은 (국민이 재정지원 혜택을) 더 두텁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원칙 하에서 가급적 더 넓게 사업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정부에 요구해 왔고 지난 9일 당정청 회의에서 그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전체 국민의 통신비 비용이 상당히 상향되고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당에서 정부에 13세 이상 국민의 통신비 2만원 일괄 감면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이 2만원 지급 근거로 언급한 ‘국민의 통신비 부담 증가’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원 근거에 대한) 분석 자료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비 부담 얼마나?…트래픽 늘었지만 대부분 정액요금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월 정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무선데이터 이용현황’에 따르면 올들어 스마트폰 무선데이터 이용량이 가장 많았던 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3월과 휴가철이 시작된 7월이다.

3월 무선데이터 이용량은 총 63만9468테라바이트(TB)로 이전 6개월 평균치보다 9% 정도 증가했다. 7월 이용량은 68만7348TB로 이전 6개월 평균치보다 13% 증가했다.

다만 이같은 추이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1%(785만명) 수준인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의 데이터 이용량 증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5G 데이터의 경우 초고화질(UHD) 동영상,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대용량 데이터를 소모하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이의 이용량 등이 급증하면서 데이터 트래픽도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용자가 5500만명에 달하는 4G 이용자의 경우 무선 데이터 이용량이 3월의 경우 6개월 평균보다 4% 정도 증가했고 7월은 6% 정도 늘었다.

이동통신업계 따르면 5G 가입자의 95% 이상이 월 8만원 이상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어 데이터 이용량 증가에 따른 추가 요금 부담은 없다. 4G 가입자의 무제한 요금제 가입 비율(속도제어 무제한 포함)도 80%를 넘는 수준이어서 요금 부담이 늘지는 않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집콕’이 늘면서 전기료 부담이 더 늘어난게 아니냐는 푸념이다.

실제 이동통신 3사의 상반기 실적을 보면 가입자 1인당 월평균매출(ARPU)은 올 들어 모두 하락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통신정책 전문가는 “정치권이 막연히 ‘데이터 이용이 늘면서 통신비 부담도 증가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번 정책을 결정했는데 실제 통신비 부담은 그렇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93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결정을 하면서 조금만 따져봐도 나오는 데이터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질타했다.


◇기업 팔 비틀기 대신 ‘재정투입’은 옳은 방향…선심성 지원은 지양해야

이번 ‘통신비 지원’ 정책은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큰 방향’은 맞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그간 정부는 재난 상황에서 국민에게 통신복지를 시행할 때 기업의 ‘선의’를 바랄 것이 아니라 재정을 투입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고 말했다.

예를들어 폭염에 전기료를 감면하거나 태풍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을때 해당 지역의 공공요금 감면은 국가 재정이 투입된다. 한국전력공사가 ‘공사’임에도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비는 유독 ‘기업의 자발적인 감면’에 기대는 측면이 컸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면 전기료는 재정으로 보전해도 통신비는 통신사들이 ‘알아서’ 깎아주는 형식이었던 것.

이에 정부는 재난 상황에서는 보편적 통신복지를 위해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세우고 예산 당국을 설득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통신비 2만원 지급은 그런 ‘대원칙’ 차원에서는 맞는 방향이라 볼 수 있지만 13세 이상의 전국민에게 2만원의 통신비 지원이 ‘긴급하고 절실한지’에 대한 가치판단에는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통신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기본료 폐지가 들어있다보니 집권 이후에도 기본료 폐지에 준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이나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 통신비 인하 정책이 다양하게 시행됐다”면서 “이번 정책도 이같은 취지로 해석되는데, 이런 ‘일회성’ 정책은 국민이 바란 ‘통신비 인하’와는 거리가 멀고 재정만 갉아먹는 만큼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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