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 후유증 50대 폐섬유화로 중환자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0-09-11 03:00 수정 2020-09-1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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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교민 국내로 긴급 이송… 폐렴 악화로 폐기능 완전 손상
서울아산병원서 이식만 기다려


지난달 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으로 멕시코 교민 A 씨가 이송되고 있다. A 씨는 코로나19 후유증 치료를 받으며 현재 폐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플라잉닥터스 제공
해외 여러 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후유증 발생 보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한 50대 여성이 폐 섬유화 등 후유증으로 치료 중인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폐 섬유화는 폐포가 딱딱하게 굳는 현상을 말한다.

1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온 교민 A 씨(55·여)가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위중한 상황은 넘겼지만 폐 기능이 완전히 손상돼 폐 이식이 불가피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자영업을 하는 A 씨는 6월 16일 현지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다행히 멕시코시티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코로나19에선 회복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유발한 폐렴으로 인해 패혈성 쇼크가 발생하고 폐 섬유화까지 진행됐다. A 씨는 코로나19 감염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다.

A 씨는 40일 넘게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양쪽 폐에서 모두 섬유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치료까지 받게 됐다. 현지 의료진은 가족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유일한 방법은 폐 이식이지만 현지에선 불가능했다. 결국 A 씨 가족은 한국행을 결정했다. 지난달 8일 A 씨를 태운 에어앰뷸런스(환자전용 이송기)는 1만2000km를 날아 하루 뒤 한국에 도착했다. 에어앰뷸런스를 운용하는 플라잉닥터스 측은 “에크모를 단 중증환자를 4개국 공항을 거치며 이송한 건 처음”이라며 “응급상황도 발생했지만 동승한 멕시코 의료진의 침착한 대응으로 무사히 이송했다”고 말했다.

입국 당시 A 씨는 의식이 전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하지만 한 달가량 치료를 받은 끝에 혼자서 앉거나 누울 정도로 회복됐다. 그러나 망가진 폐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으로 발생한 폐렴이 폐 섬유화로 이어진 대표적 후유 증상 사례”라며 “환자 상태가 좋아지면 조만간 폐 이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 씨 아들은 “지금은 화상통화를 할 정도로 괜찮은 상황”이라며 “무사히 치료를 마칠 때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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