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산은 이동걸號 2기…구조조정·코로나 극복 최대 과제

뉴스1

입력 2020-09-10 19:36 수정 2020-09-10 19:3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뉴스1 © News1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연임했다. 산은 역사상 네 번째 연임으로 지난 1994년 이후 26년 만이다. 이 회장은 연임을 축하하는 별도 행사 없이 곧바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이 회장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은 수장을 처음 맡았던 지난 2017년보다 이 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일찌감치 금융권에선 이 회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산은의 업무가 산적해 있는데 수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고, 이 회장이 기업구조조정 등 현안을 대체로 원활하게 처리하면서 ‘이 회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후임 인사에 대한 하마평도 없었다.

이동걸호(號) 2기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연코 코로나19로 위기에 내몰린 기업에 대한 지원 및 구조조정 업무다.

이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구조조정 전문가다. 이에 걸맞게 산은 회장 취임 이후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다. 금호타이어, 한국GM,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등의 구조조정은 이 회장의 작품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KDB생명 등에 대한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 지난 3년간 해결하지 못한 업무는 오롯이 새로운 임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로 산은이 구조조정이나 재활을 추진해야 할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병상을 많이 비워놨다”고 한 이 회장의 말처럼 코로나19발(發) 위기 기업에 대한 치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우선 아시아나항공 매각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악재로 노딜(매각 무산) 종착역에 다다랐다. 오는 11일 노딜을 공식화하고 산은 등 채권단 관리 체제로 편입해 경영 정상화 후 재매각을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항공에는 기안기금 2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 역시 이 회장의 중요 역할 중 하나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산은에 꾸렸다. 물론 기간산업 업종에 해당하는 대기업들의 상황이 다소 좋아지면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만 이뤄지고 있지만, 기안기금 집행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뉴딜펀드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도 이 회장의 핵심 과제다. 산은이 뉴딜펀드 주관사인 까닭이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데 정부, 정책금융기관이 5년간 7조원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투자를 받아 조달한다.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자 정책금융기관은 후순위 출자를 맡아 투자위험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라 혈세로 손실을 메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딜펀드 사업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업무가 이 회장에게 떨어진 것이다.

이 회장은 국책은행 산은의 새로운 역할 제시도 새로운 임기 중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임기 중 산은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혁신 성장 기업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고 기업 구조조정은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맡기는 조직 개편을 했다. 혁신성장금융부문에 벤처금융본부도 설치했다.

또 혁신 성장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자 스타트업 페어인 ‘넥스트 라이즈’를 만들었다. 지난해 처음 열린 ‘넥스트 라이즈’는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와 대·중견기업 사업협력 확대의 가교역할을 하는 행사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스타트업 육성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 회장의 이런 구상은 코로나19발 기업구조조정 역할의 중요성에 다소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향후 3년 동안 구조조정 업무뿐 아니라 산은의 새로운 역할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1953년생인 이 회장은 진보성향의 금융전문가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하면서 ‘문재인의 경제교사 중 한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금융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하성 주중대사,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 등과 경기고 68회 동기다.

이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노무현 정부 시절엔 대통령직인수위원, 금융감독원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금융연구원 원장과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를 지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