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영업뛴 그가 아니었다면 카카오 있을까”…남궁훈 대표 1500억 ‘잭팟’

뉴스1

입력 2020-09-10 15:51 수정 2020-09-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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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카카오게임즈 제공)© 뉴스1

“돌이켜보면 한국 인터넷 역사 20주년의 산증인인 네이버와 10주년이 넘은 카카오의 오늘이 있기까지 초석을 닦은 사람을 꼽자면 바로 이분이지요.”

증시 상장과 동시에 ‘따상’의 주인공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등장이 이어지면서 증시 ‘돈잔치’가 특별한 일이 아닐 정도지만 남궁훈 대표의 삶의 궤적은 특별하다.

창업을 하겠다며 멀쩡한 대기업 삼성SDS를 때려치우고 PC방을 차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도와 실질적 ‘돈벌이’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남궁 대표이기 때문이다. 당시 문태식(현 카카오VX 대표)같은 개발자들이 PC방 요금정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전국 PC방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뛴 건 ‘문과생’ 남궁훈 대표의 몫이었다. 스타트업이 늘 겪는다는 ‘데스밸리’의 늪을 남궁훈 대표의 발품과 영업력으로 메운 셈이다.

그렇게 성장한 PC방은 한게임을 탄생시킨 ‘돈줄’ 역할을 했고 김범수 의장과 같은 삼성SDS 출신으로 이해진 현 네이버 의장이 만든, 돈은 안되지만 기술력은 갖춘 NHN과 인연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 IT 발전사의 한 획을 그은 한게임과 NHN의 2000년 합병이 성사됐다.

당시 남궁훈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PC방 사장님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PC방 결제 프로그램을 팔지 못했다면, 한게임 이후에도 PC방을 다니며 초기 화면에 한게임을 넣는 영업으로 초기 성장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을 수 있었을까.

‘개발자’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의 만남이라는 ‘세기의 짝짓기’ 이면에는 남궁훈 대표라는 ‘현실카드’가 자리잡고 있던 셈이다.

◇ 카카오, 상장과 동시에 ‘따상’ 직행…남궁훈 대표 ‘돈방석’

카카오의 게임 퍼블리싱·개발 기업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상장 첫 날 ‘따상’으로 직행하며 시가총액 5위에 올랐다. 따상이란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상한선인 2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에 오른 것을 말한다. 수장 남궁훈 대표가 취임한지 4년만의 성과로, 남궁 대표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

10일 오전 9시 국내 증시 개장과 동시에 카카오게임즈는 가격제한폭인 6만2400원까지 치솟았다. 공모가(2만4000원) 대비 수익률은 160%에 달한다.

카카오게임즈가 따상을 기록하면서 남궁훈 대표는 주식 부호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날 시초가는 4만8000원, 현재 주가는 주당 6만2400원으로 남궁훈 대표가 가진 주식가치는 150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는 241만2500주(지분율 4.22%)를 갖고 있다.

◇‘겜잘알’ 선후배, 카카오 ‘잇단 흥행’ 이끌어

청약 광풍을 일으킨 카카오게임즈의 성공 뒤에는 남궁훈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에 앞서 그를 알아 본 김범수 의장의 안목이 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7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남궁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몸 담았던 삼성SDS 출신으로, 당시 김 의장은 책임연구원으로 근무중이었고 남궁 대표는 그의 후배로 함께 일했다.

게임사 창업을 꿈꿨던 김 의장은 이듬해 퇴사, PC방을 차리고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퇴직 이후 창업을 고민하던 남궁 대표는 김 의장의 제안에 1998년 서울 한양대 앞에서 함께 PC방을 운영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이듬해인 1999년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때 김 의장은 그전까지 수기로 작성하던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전산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당시 남궁 대표는 한게임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로 뛰며 김 의장이 개발한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PC방에 팔기 시작했다. 영업의 첫 문턱은 아르바이트생이었다. PC방 업주를 만나야 했던 그는 아르바이트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볼 마우스를 닦아주는 것 부터 시작해 고장난 PC를 수리해주기까지 했다.

이때 수도 없이 PC방을 다니며 한 고생은 현 카카오게임즈 성공의 토대가 된다.

이후 한게임이 네이버와 합병해 NHN이 된 이후 김 의장이 NHN대표로 있는 동안 남궁 대표는 NHN엔터테인먼트 사업부장, NHN 한국게임 총괄 등을 지냈다. 이후 2008년 김 의장이 NHN을 퇴사하면서 둘의 직접적인 인연은 끝이 나는 듯 했으나 2015년 말 다시 한배를 타게 된다.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카드’로 체질개선 완료

카카오는 2012년부터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등 각종 카카오게임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휩쓸면서 카카오 게임하기 기능은 지금의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단순한 플랫폼 역할을 하던 카카오게임은 남궁훈 대표가 등장하며 한단계 도약한다. 2015년 말, 카카오는 NHN, 넷마블, 위메이드 등 다년간 게임사 경험을 지닌 남궁훈 대표를 구원투수로 게임 사업 총괄 부사장(CGO)으로 영입한다.

2015년 12월 카카오는 남궁 대표가 이끌고 있던 엔진과 다음 게임의 합병을 결정한다. 이후 2016년 4월 통합 법인이 출범하며, 3개월 후 카카오게임즈로 사명을 변경했다.

남궁 대표는 기존 채널링 사업 구조를 퍼블리싱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게임 사업 구조 재편에 돌입했고 기틀을 다졌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으며 소위 대박을 친 게임이 바로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다.

기존의 채널링 사업에서 퍼블리싱 사업 위주 사업으로 변경하며, 처음으로 성과를 낸 것은 펄어비스의 PC 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이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6년 3월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직접 현지 법인을 설립해 ‘검은 사막’ 서비스를 진행하며, 출시 직후 유료가입자 100만 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고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했다.

이후 2017년 4분기부터 펍지의 ‘배틀 그라운드’의 국내 서비스를 담당, 성공적으로 운영해낸다. 남궁 대표는 그해 11월 카카오의 게임 부문을 통합해 카카오게임즈 자체의 게임 사업에 대한 독립성을 갖춘다.

2018년 전문성을 확대하는 취지로 개발 전문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출범시킨 남궁훈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장르 강화를 위해 2020년 3월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개발한 송재경 대표의 엑스엘게임즈를 개발 자회사로 인수한다.

◇ 글로벌 종합게임사로 거듭난다

카카오게임즈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로 게임 개발을 강화하고 신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지난달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이번 상장을 통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위상을 제고하고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3년간 57%에 이르는 높은 성장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게임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게임즈의 3가지 핵심역량으로 Δ플랫폼 경쟁력 Δ퍼블리셔 경쟁력 Δ게임개발 경쟁력을 들었다.

당시 그는 회사의 비전에 대해선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엘리온’과 내년 상반기 선보일 ‘오딘’을 앞세워 국내외 게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PC게임 ‘엘리온’은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이 개발을,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았다. 남궁 대표는 엘리온이 올해 실시한 두 번의 사전 테스트에서 ‘게임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의견이 95%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남궁 대표는 또 장기적인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일상이 게임이 되는 ‘게이미피케이션’ 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업도 모색 중이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 IP를 활용한 스토리게임을 만드는 자회사 애드페이지를 설립해 대중들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그는 “카카오게임즈가 게임산업에서의 마지막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임기는 회사가 허락하는데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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