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없이 잡담하듯… 과학이야기 어때요?”

손택균 기자

입력 2020-09-09 03:00 수정 2020-09-0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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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1분 과학’ 펴낸 유튜버 이재범씨

‘1분 과학’이란 표제를 내건 이재범 씨의 유튜브 채널 영상 길이는 10분 정도다. 이 씨는 “책에서 소개했듯 시간의 흐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1분처럼 짧게 느낄 만큼 재미난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우유 섭취가 뼈 건강에 안 좋은 까닭’ ‘운동이 근육보다 뇌 건강을 위해 필요한 까닭’….

흥미로운 생활 관련 정보를 과학 서적에서 찾은 자료에 근거해 전달하는 ‘1분 과학’은 2016년 개설해 70만6000여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다.

팔로어가 수만 명이면 상당한 광고 수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 채널의 운영자 이재범 씨(30)는 세 건의 광고 계약을 2주 전에 처음 맺었다. 최준석 만화가의 도움을 받아 유튜브 내용을 엮은 책 ‘1분 과학’(위즈덤하우스)을 3일 발표한 이 씨는 “돈을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는 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에요. 그저 과학책 읽기를 좋아하는 애호가일 뿐입니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지만 말로 꺼내면 다들 재미없게 여기더라고요. 그런데 같은 얘기도 영상을 곁들여 편집해 전달하니까 관심을 많이 얻었어요. 그래서 계속 해왔을 뿐입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인 ‘유튜버’가 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고등학생 때 입시 공부의 압박감에 고민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 씨는 노스캐롤라이나대(UNC)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과학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귀국한 뒤 책을 읽다가 흥미롭다고 느낀 내용이 눈에 띄면 관련 자료를 모아 원고를 쓰고 방에서 혼자 컴퓨터로 만든 영상을 하나씩 유튜브에 올렸다.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생겨야 영상을 만드는 거라서 업로드 간격이 들쑥날쑥이었어요. 천성이 워낙 게으르기도 하고…. 어떨 때는 2, 3주 만에 올리다가 어떨 때는 2, 3개월이 지나도록 업로드를 안 했습니다. 댓글 보면 구독자들 원성도 많아요. 광고 제안이 들어와도 거절했던 이유 중에는 정기적 업로드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죠.”

이 씨는 “영어 원서도 찾아 읽지만 과학 논문이 게재되는 온라인 저널을 구독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그가 만들어 올리는 영상, 그 원고를 바탕으로 그려진 만화 내용은 심도 있게 검증된 과학 지식을 소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학을 좋아하는 비전공자가 자신이 찾아낸 정보를 나름의 방식으로 엮어내 전하는 콘텐츠. ‘강연’의 틀을 버리고 허세 없이 편안하게 잡담하듯 들려준 까닭에 적잖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은 것이다. 그는 “역사와 학습 만화 시리즈를 주로 그려온 최준석 작가님이 유튜브 영상과 또 다른 재미를 더해 만화를 만들어 주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 씨는 케이블TV 쇼의 패널로 출연하는 등 차츰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조악하고 서툴다”고 한 자신의 영상 제작 방법을 바꿀 계획은 없다. 그는 “집 테라스에서 창문을 닫고 중얼중얼 원고를 녹음하는 아들을 보며 심려하시던 부모님이 이제야 좀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안심하시는 듯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경험을 더 쌓은 뒤에는 과학 콘텐츠를 활용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고 싶습니다. 미국 코미디언 빌 버의 팬이에요. 사회 각 분야의 온갖 정보를 날카로운 통찰을 담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게 전달하는 최고의 소통 방법이 스탠드업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그런 솔직담백한 풍자 코미디의 진미를 요즘 한국에서는 즐길 수 없어 아쉽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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