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거리 두기에 우울감 호소… ‘심리방역’ 신경쓰세요

홍은심 기자

입력 2020-09-09 03:00 수정 2020-09-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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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3명 중 1명 꼴 ‘코로나 블루’ 겪어
“배려-의지로 극복 가능하단 자신감 가져야”
서울시 등 지자체 마음챙김 프로그램 운영


코로나 시대가 가져온 불안, 분노, 우울 등은 사람들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 동아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방역수칙 위반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자 방역당국은 심리방역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수도권 전 지역(19일), 전국(23일)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확대 시행되고 급기야 30일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일상생활에 제한이 가해졌다. 그만큼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도 증가했지만 피로감도 극심해지고 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심리방역의 균열 조짐을 우려하면서 신체 방역만큼이나 심리방역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리방역을 위해 코로나19로 변화된 현실과 그로 인한 우울감, 불안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관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수칙 위반 ‘범법 행위’ 늘어나


눈에 띄는 것은 ‘방역수칙 위반’이라는 새로운 범법 행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기준으로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1794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격리조치 위반 등 혐의로 957명은 기소됐고 746명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5월 26일부터 시행된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위반한 혐의로 수사 받은 사람은 385명, 이 가운데 198명이 기소됐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안전신문고에 마스크 미착용으로 신고 되는 건수는 하루 평균 15건에 이른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일반 시민들도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7월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7명(69%)은 “요즘 많은 사람이 일상적인 행위에도 더욱 날카롭고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시대가 가져온 불안, 분노, 우울 등은 사람들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 위반은) 대표적인 생활 속 방역수칙 위반 행위”라며 “혐의가 중한 사안은 강력팀에 배정하고 형법과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적용해 적극 수사하고 9명을 구속했다”고 말했다.

600명 대상 설문… “나 때문에 가족 걸릴까 두려워”


일상생활의 제약이 커지면서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가 일부 소수만의 일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동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일반 대중의 두려움과 심리, 사회적 경험이 우울, 불안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코로나19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교수는 대구경북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던 4월 13∼21일 18세 이상 남녀 성인 600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 중 29.7%가 코로나19 기간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불안함을 느꼈다는 응답자는 절반 가까운 48.8%였다.

논문은 ‘최근 중국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관련 조사 결과 응답자의 16.0%가 우울, 28.8%가 불안을 경험한 것에 비춰보면 (국내) 일반 대중의 심리적 어려움의 수준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기간 두려움을 겪은 이유로는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가족에게 전염시킬까 봐 두렵다는 응답이 96.0%로 가장 많았다. 다른 요인으로는 △코로나19의 실체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아서(91.8%) △코로나19의 치료법이 없어서(89.7%) △감염을 통제할 수 없어서(89.0%) △이후 삶을 예측할 수 없어서(79.3%) 등이 있었다.

이 기간 개인의 삶의 질 수준에 대한 응답을 보면 응답자의 49.3%가 자기 삶의 질을 나쁘다고 평가했다. 중간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39.8%였으며 좋다는 응답은 10.9%에 불과했다.

논문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다른 전염성 질환과 비교할 때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 강력한 전염력과 빠른 전파속도와 같은 특징이 감염 우려를 가중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유아 또는 고령자와 같이 감염에 취약한 연령층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높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역수칙 실천… 주변 걱정-비판 수용하는 태도 보여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미 2∼3월 대구경북에서, 5∼7월 수도권에서 통제한 경험이 있다”며 “개인이나 한 집단의 노력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서로가 배려하고 의지해 왔다. 코로나19 극복에 마음을 모으고 한 번 더 힘을 내서 이번 유행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도 3일 정례브리핑에서 “방역수칙을 실천하지 못해 지적을 받게 된다면 주변 사람의 걱정과 비판을 수용하고 즉시 행동을 바꾸는 용기를 보여 달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우울, 불안 등을 경험하면서 심리 건강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들은 심리방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 랜선박람회’를 열어 온라인으로 각종 ‘마음 챙김 프로그램’ 체험을 제공한다.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도 심리면역 프로그램 ‘스프링(SPRING)’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심리 및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7.2%, 심리상담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72.8%였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58.2%에 달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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