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배당 지갑 닫은 기업… 삼성전자 빼면 5100억

장윤정 기자

입력 2020-09-08 03:00 수정 2020-09-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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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배당 줄이거나 포기… 작년보다 규모 21.3% 감소
삼성전자 제외하면 60% 줄어
작년 2630억 배당 현대차도 포기, 에쓰오일-SK이노베이션도 못해


‘여름 보너스는 잊어라.’

지난해 6월 2630억 원과 947억 원을 각각 배당했던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올해는 반기 배당을 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통 큰’ 중간배당을 해왔던 현대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올해 지갑을 닫았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주식 투자자들에게 ‘여름 보너스’로 불리는 상장사들의 올 중간(6월) 배당금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 전체 중간(6월) 배당금은 2조9208억 원으로 지난해(3조7128억 원)에 비해 21.3%(7920억 원) 줄었다.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6월 기준 2조4046억 원)를 제외하면 올해 중간 배당금은 5162억 원에 불과하다.


중간배당은 회계연도 중간에 지급하는 배당금이다. 상장사의 대부분이 12월 결산법인이다 보니 통상 6월 말을 기준으로 중간배당이 이뤄진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꺾인 기업들이 현금 배당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위험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도 “향후 상황을 대비해 배당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부 은행주는 중간배당을 강행했으나 국내 증시에서 ‘고배당주’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S-Oil, SK이노베이션, 현대차, 현대모비스, 두산 등이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는 2017년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하고 “배당 성향을 30%까지 확대하고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올해는 중간배당을 포기했다.

중간배당에 나선 기업들도 액수를 확 줄였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6월 1602억 원에서 올해 6월 399억 원으로, 한온시스템도 427억 원에서 363억 원으로 배당금을 각각 줄였다.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흔들리자 배당 대신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42조6500억 원으로 24% 줄었다. 순이익은 25조5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기업들의 배당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배당주 투자도 시들해졌다. 배당주 펀드에서는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 원 이상 배당주 펀드 268개의 설정액은 8월 25일 기준 총 10조8145억 원으로 연초보다 1조9726억 원 줄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3분기 이후 배당주의 반등을 점친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배당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배당주가 부진한 상황이지만 3분기부터 이익이 정상화되면 ‘내년부터 다시 제대로 배당받을 수 있겠다’는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며 “단, 투자를 고려하면서 2021년 전망 및 기업들의 주주환원계획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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