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쓰러진 의료진 대부분 간호사”… 전공의 “다른 의료진도 다함께 일했다”

황형준 기자 , 이소정 기자

입력 2020-09-03 03:00 수정 2020-09-0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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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SNS글 파장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간호사를 향한 격려 메시지를 낸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 파업 속에 연일 의사들을 비판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공을 사실상 간호사에게로만 돌리면서 의사와 간호사를 ‘편 가르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 등에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의사들의 공백으로 간호사들이 일부 불법 진료 업무를 수행하는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보도를 본 뒤 직접 격려 메시지를 내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기초로 관련 비서관들이 메시지를 검토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SNS 글 내용 중 특히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한 의료진)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는 부분을 둘러싸고 논란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에는 ‘간호사들과 미운 정, 고운 정 들고 동고동락하던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고 저희 의사들이다’ 등의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이 글에는 8시간여 만인 오후 10시까지 2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충남 천안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전공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간호사뿐 아니라 다른 의료진도 다 함께 일을 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와 의사의 편을 가르는 건 의도가 눈에 보인다”고 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또 다른 의사는 “처음 글이 올라왔을 때 조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운영 중인 코로나19 선별진료소는 일반 의료기관의 경우 보통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 행정인원 등이 상주하고 있으며 검체 채취는 의사의 현장 지도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야당은 “의사를 향한 대리전을 간호사들에게 명한 것”이라며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코로나 시기에 통합 대신 의사와 간호사 이간질을 택한 문 대통령, 3류 대통령이 되고 싶냐”고 적었다.

관련 단체들도 잇달아 성명서를 냈다. 젊은간호사회는 입장문을 내 “열악한 근무, 가중된 근무환경, 감정노동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라며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줄이는 방법은 간호대 증원, 지역간호사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가수 아이유가 간호사들에게 아이스 조끼를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선 아이유 팬클럽이 성명을 내 “아이유는 올 2월 대한의사협회에 의료진을 위한 1억 원 상당의 의료용 방호복 3000벌을 기증하기도 하는 등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다섯 차례 기부를 펼쳤다”며 아이유가 간호사들에게만 기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대통령이 국민을 편 가르고 있다”고 지적하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금까지 의사들에게는 여러 번 고마움을 표현했다”고 답변했다. 청와대도 예상 밖 반응이라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정 직군 행사에서 맞춤형 인사말을 하듯이 간호사들에게 덕담을 하려고 했을 뿐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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