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폭염에… 주택가는 ‘벌떼와의 전쟁’

이지훈 기자

입력 2020-09-03 03:00 수정 2020-09-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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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기 8∼9월에 벌 활동량 많아… 올해는 장마 길어지며 기승
“벌집 발견시 건들지 말고 신고”


전신 보호복을 입은 소방대원이 벌집을 제거하고 있다. 구로소방서 제공
“창문에 축구공 크기의 벌집이 있어요. 아무래도 말벌집 같아요.”

지난달 30일 오후 2시 반경 서울 구로소방서 시흥119안전센터로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관악산 인근 금천구 시흥동의 한 오피스텔 8층 창문 틈에 말벌집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온몸을 감싸는 보호복을 입고 벌 퇴치 스프레이, 사다리 등을 챙겨 대원 2명이 현장으로 신속하게 출동했다. 몸에 안전줄을 꽁꽁 묶고 아슬아슬하게 외벽에 매달린 대원들의 모습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대원들은 30분 만에 능숙하게 말벌집을 제거했다.


현장에 나간 김성직 소방위는 “축구공 크기 말벌집엔 보통 500마리 정도의 말벌이 사는데, 벌집이 파손되면 말벌이 쏟아져 나와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다”며 “시민들은 벌집을 발견하면 건들지 말고 바로 119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올여름 긴 장마가 이어지면서 ‘가을 폭염’이 예상된다. 숲이나 산이 가까운 주택과 아파트 밀집 지역에는 이미 ‘벌 떼 주의보’가 발령됐다. 높은 기온에서 활발해지는 벌의 특성상 푹푹 찌는 더위에 벌 관련 사고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지난해 벌집 제거, 벌 쏘임 등 관련 출동 신고를 분석했는데, 1년 중 벌 관련 안전조치 출동 건수는 6421건(서울 기준)에 이른다. 무더운 여름철인 7∼9월에 들어온 신고가 전체 신고의 72.5%(4653건)를 차지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최근 3년 중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았다. 폭염주의보가 가장 많이 발령됐던 2018년에는 7348건이었다. 소방청은 지난달 13일 ‘벌 쏘임 주의보’를 내렸다. 벌 쏘임 사고가 전국적으로 주 300건 이상 발생하거나 벌집 제거 출동 건수가 주 7000건 이상 2주 연속 발생될 때 발령된다.


벌 중에서도 독성이 강하고 사나운 것으로 알려진 말벌은 산란기인 8, 9월에 활동량이 많아진다. 주로 산에 살지만 인근 주택가에 나타나거나 벌집을 짓는 경우도 있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서울 지역 벌 관련 신고를 보더라도 △주택(9333건) △아파트(3476건) △학교(1261건) △공원(748건) 등의 순으로 벌이 많이 출몰했다. 지역별로는 노원구가 가장 많았고 △은평구 △강남구 △서초구 등에서 신고가 빈번했다.

이재정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주무관은 “서울 시내에 말벌이 많이 출몰하는 곳은 아무래도 산에 근접한 주택가가 대부분이다”며 “벌 관련 신고도 산지 인근인 은평, 관악, 노원, 중랑구 등의 주택가에서 많이 접수된다”고 했다.

벌에 쏘이는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밝은색의 옷에 모자를 쓰고 향수, 화장품은 가급적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또 벌집을 발견하면 바로 119에 신고해야 한다. 행여나 벌에 쏘이면 신용카드 등 얇고 딱딱한 물건으로 쏘인 부위에서 벌침을 떼어내고 흐르는 물에 피부를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 좋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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