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금전적 보상 클수록 무리 지어 행동하려는 성향 커져

동아일보

입력 2020-09-02 03:00 수정 2020-09-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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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스워스모어대팀 ‘무리행동’ 실험
男이 女보다 집단적 판단 더 동조… 투자에서도 투자금액이 커질수록
자신의 정보-분석 의지하기보다, 불특정 무리에 휘둘릴 가능성 커


무리 지어 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무리 속에서 격려와 위로를 받고 정보도 공유하며 배움과 경쟁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한다. 하지만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이런 본성에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있기 마련이다. 친구 따라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거나, 가짜 뉴스에 현혹돼 마녀사냥식 여론에 동참하는 식으로 때때로 무리행동(Herding)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인간의 무리행동을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 스워스모어대 연구팀은 무리행동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금전적 이해관계나 투자 규모 같은 재무적 보상을 꼽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에게 두 번에 걸쳐 객관식 문제를 풀게 하고 본인의 답을 얼마나 확신하는지 자기 확신의 정도를 기록하게 했다. 단, 두 번째 실험에서는 첫 번째 실험에서 다수가 선택한 답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했다. 무리행동을 유발하려는 의도에서다. 또 두 번째 실험에서는 문제의 답을 맞히면 0달러에서 최대 3달러까지 금전적 보상을 제공했다.

실험 결과, 두 번째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이미 다수가 선택한 답을 알고 있을 때는 금전적 보상이 없어도 똑같은 답을 적는 식의 무리행동을 보일 확률이 절반이 넘는 평균 72.5%를 기록했다. 무리행동을 유발하는 작은 신호에도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이런 확률은 금전적 보상을 제공한 문제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예컨대 1달러의 보상을 제시한 문제에서는 무리행동이 일어날 확률이 3.8%포인트, 2달러의 보상에서는 4.1%포인트, 3달러의 보상에서는 최대 5%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는 금전적 보상이 커질수록 무리 지어 행동하려는 성향이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남녀 간의 차이도 관찰됐다. 보상이 1달러, 2달러일 때는 남녀 간의 무리행동에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보상이 3달러일 때는 남성이 여성보다 집단적 판단에 더욱 동조하는 성향을 보였다. 자기 확신의 정도에서도 남녀는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 참가자들은 첫 번째 실험에서 여성 참가자들보다 평균 10%포인트 높은 자기 확신을 보였다. 남성의 자기 확신 정도가 여성에 비해 지나치게 큰 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결과는 금전적 보상이 증가할수록 무리행동이 왕성해질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성향은 금융 시장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예컨대 투자자는 많은 금액을 투자할수록, 즉 금전적 이득이나 손실 가능성이 커질수록 자신의 정보나 분석에 의존하지 않고 불특정 무리의 움직임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때 무리의 판단이 맞으면 바람직한 결과가 이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리행동이 큰 실수를 유발하고 더 나아가 집단 패닉이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따라서 금전적 이해관계가 클수록 특히 무리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swkwag@sookmyung.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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