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반전… 편의점의 ‘복덩이’로

박성진 기자

입력 2020-09-01 03:00 수정 2020-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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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장사 옛말… 판매량 전체 1위
올해는 코로나로 홈술-홈카페족 늘며 작년보다 매출 20∼30%이상 증가
과일맛 얼음-야구공 모양 얼음 등 업계 다양한 상품 경쟁적 출시
이마트24는 컵얼음 구독상품 내놔


편의점 업계의 상품 판매량 3 1위를 기록중인 얼음. 최근 ‘편의점 얼음’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맛과 형태 등을 변화시킨 다양한 이색 얼음이 출시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마트24가 이달 출시 예정인 구(球) 형태의 얼음 2구가 들어 있는 ‘락앤볼’ 상품, GS25가 복숭아아이스컵의 모형을 위스키, 리큐어 제품과 함께 진열해 판매하고 있는 모습, CU에서 판매 중인 칼라만시맛 컵얼음. 칼라만시 과즙이 들어 있다. 각 사 제공
서울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37)는 매장 내 컵얼음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컵얼음은 날씨와 상관없이 편의점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효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컵얼음을 사러 왔다가 다른 음료 등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면서 ‘미끼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씨는 “다른 어떤 상품보다 컵얼음 등 얼음 입고량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이 현대인의 석빙고 역할을 하고 있다. ‘편의점 얼음’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시사철 얼음 매출 신장률이 크게 늘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얼음 중에서도 컵얼음 판매량은 압도적이다. 컵얼음은 GS25와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도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CU에서도 판매된 모든 상품을 통틀어 컵얼음이 2013년부터 7년 연속 판매량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각얼음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공공장소 대신 집에서 술과 커피를 즐기는 ‘홈술족’ ‘홈카페족’이 늘면서 편의점 각얼음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31일 이마트24에 따르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5월부터 7월까지 각얼음 매출은 지난해보다 33.5% 증가했다.

얼음의 인기에 힘입어 편의점 업계는 얼음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올해 6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컵얼음 ‘구독’ 상품을 출시했다. 7일, 14일, 1개월권 등을 통해 특정 기간 동안 매일 30∼50% 할인된 가격으로 1개의 컵얼음을 가져갈 수 있다. 고객들의 편의점 방문 빈도를 높여 매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이다.

맛의 변화도 눈에 띈다. GS25는 복숭아농축액이 첨가된 복숭아아이스컵을 선보였다. CU도 올해 5월 청포도, 수박, 칼라만시 맛 얼음이 담긴 과일 컵얼음 3종을 출시했다. 과즙을 함유한 얼음이 들어 있어 취향에 따라 소주, 사이다, 탄산수 등을 부어 마실 수 있다.

얼음양을 늘린 것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GS25에 따르면 ‘아이스더큰컵(240g)’의 매출은 일반 컵얼음(185g)의 매출을 넘어섰다. 올해 5∼7월 아이스더큰컵과 일반 컵얼음의 매출 비중은 각각 57.8%, 42.2%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1.3% 대 58.7%였다.

얼음 형태의 변화도 전략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녹는 것으로 알려진 구(球)형 얼음의 반응이 좋다. GS25는 5월 지름 70mm의 구형 얼음을 활용한 ‘유어스빅볼아이스컵’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천천히 얼려 투명도가 높은 130kg의 통얼음을 야구공 형태로 절삭한 뒤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면의 모서리를 다듬는 작업을 거쳤다. 이마트24도 홈술족을 위한 지름 7cm 구 형태의 ‘볼아이스컵’을 이달 출시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겨울에 얼음 매출 신장률이 가장 높다는 데이터가 나오면서 ‘얼음은 여름 한철 장사’라는 고정관념도 깨졌다”며 “편의점 얼음을 즐겨 찾는 소비자를 겨냥한 업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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