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산 종목 8% 오를때 외국인-기관 20%대 수익

김자현 기자 , 김동혁 기자

입력 2020-08-29 03:00 수정 2020-09-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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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주가 반등 이끈 동학개미들, 올해 성적표는 달랐나?
손실 낸 작년 비해 성적 좋지만 외국인-기관 비하면 여전히 초라
순매도 20개 종목 수익률 43%나… 팔고 나면 올라 ‘잘 못 판다’ 지적




“주부인데, 그냥 주부가 아닙니다. ‘주식의 주(株), 부자의 부(富)’ ‘주부’죠.”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모 씨(46·여)는 전혀 다른 ‘전업주부’의 삶을 꿈꾸고 있다. 그는 올해 5월 인생 첫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계모임 단체채팅방 등에서는 주식을 처음 시작했다는 친구들이 ‘이번 달은 남편보다 더 벌었다’고 자랑했다. 이 씨는 지인들과 ‘주부투자클럽’에 가입하고 함께 주식을 공부하고 있다. 5월 약 1000만 원의 종잣돈으로 인생 첫 주식 투자에 나서 현재 7% 정도 수익을 내고 있다. 자신감이 붙자 코스닥시장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학생주식방’에서 만난 고등학교 1학년 A 군(16)은 스스로를 ‘급식개미’라고 소개했다. 부모님께 100만 원을 빌려 투자해 약 23% 수익을 내고 있다. A 군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주식투자로 용돈 버는 게 유행”이라고 전했다.

국내 개인 주식투자자들을 뜻하는 ‘동학개미’들은 ‘주부의 꿈’에 다가선 걸까. 올해 들어 ‘플러스 수익’을 냈지만 기관 및 외국인과 비교하면 여전히 초라한 실적을 내고 있다.

○ 동학개미들, “안 팔았으면 돈 더 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8.2%로 나타났다. 2018년, 지난해(각각 ―14.8% ―20.0%)와 비교하면 올해는 성적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큰손들과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수익률은 각각 28.1%(수익률 500% 이상 과열종목 제외), 24.2%로 크게 앞섰다.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잘 못 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도한 20개 종목의 수익률(43.1%)이 순매수 종목 수익률(8.2%)의 약 5배다. 예컨대 1000만 원에 산 주식을 1080만 원에 팔아 82만 원을 벌었는데, 팔지 않고 들고 있었으면 1431만 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상위 종목 수익률은 각각 6.8%, 1.9%로 순매수 수익률보다 각각 21.3%포인트, 22.3%포인트 낮았다. 잘 사고, 잘 팔았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개인들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는데, 이 기간 이 종목의 주가는 주당 43만3000원에서 82만 원으로 올랐다. 수익률은 89.4%였다. 이 기간 개인들의 평균 매도단가(60만7801원)는 평균 매수단가(61만2003원)보다 낮았다. 손해를 보고 판 셈이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삼성전자의 수익률은 0.5%에 그쳤다. 2위와 5위인 SK하이닉스(―19.8%), 한국전력(―28.2%)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 상승장의 착시 주의… ‘빚투’ 우려
증권가에서는 ‘상승장의 착시’를 경고한다. 과거보다 잘 나온 3월 이후 개인들의 투자 성적표만 보고 무리하게 빚내서 투자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와 비슷하게 증시 상승세가 이어진 2017년에도 개인투자자들은 플러스(+) 수익률을 냈지만, 이후 2018년 증시가 하락 흐름으로 접어들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올해 증시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4, 5월 증시의 가파른 회복기에 수익을 낸 뒤 이후 주춤하는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수익률은 3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4월(6.4%), 5월(5.7%) 연달아 수익을 냈다. 주가가 2,100 선에 안착한 뒤 상승 폭이 둔화되기 시작한 6월(―0.6%), 7월(―1.3%)에는 수익률이 흔들렸다. 반면 외국인투자가들이 순매수한 10개 종목은 3월부터 꾸준히 8∼18% 수준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 중에는 하락장을 경험해보지 않은 신규 투자자가 많은 만큼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 단타, 쏠림 현상은 여전
개인들의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장기투자보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6월 우선주 과열 현상처럼 소문을 따라 주가가 급격히 오르는 종목을 추종 매매했다가 고점에 물려 손실을 입는 ‘쏠림 현상’도 여전하다. 6월 초 주당 5만4500원이던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2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소식에 급등하기 시작해 2주 만에 주가가 약 13.7배인 70만 원 선까지 올랐다. 유통 주식이 적은 상황에서 매수세가 몰리자 급등한 것이다.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폭탄 돌리기’ 장세가 나타났다.

테마주 등을 중심으로 한 단타매매도 개인들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회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애국 테마주’로 묶였던 모나미(3510.9%)였다. 상반기에만 35번 주인이 바뀐 셈이다. 회전율이 지나치게 높은 종목은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단타매매의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유가증권시장의 진원생명과학(3429.3%), 남선알미늄(2409.8%), 코스닥시장의 빅텍(6453.1%) 등이 회전율이 높은 종목이다. 대부분이 방산, 정치, 코로나19 테마주로 분류되며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상승장에서는 대부분이 많든 적든 수익을 내기 때문에 ‘잘하고 있다’는 착시가 있을 수 있다”며 “하락장이 시작되면 기업의 재무와 실적을 고려하지 않은 투자의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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