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연속에 녹아든 따뜻한 휴머니즘

김민 기자

입력 2020-08-28 03:00 수정 2020-08-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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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박수근미술상 임동식 작가

임동식 작가의 작품 중에는 야외 퍼포먼스를 나중에 회화로 옮긴 것이 있다. 위쪽 작품은 1981년 충남 공주 금강에서 한 야외 현장 작업 ‘물과 함께’를 캔버스에 유화로 옮긴 ‘1981년 여름의 기억’(2005년), 아래 작품은 같은 해 금강에서 벌인 야외 퍼포먼스 ‘온몸에 풀 꽂고 걷기’를 촬영한 사진. 박수근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제 친구 우평남과 공동 출연하는 다큐멘터리를 열흘째 찍다 하루 쉬는 날이었어요. 뙤약볕 속 촬영에 지쳐 낮잠이 들었는데, 박수근미술관 엄선미 관장님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전시를 같이 하자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죠.”

26일 오후 충남 공주 작업실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은 임동식 작가(75)는 자신이 제5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응모하지도 않았고 후보에 오른 것도 전혀 몰랐다는 것. 놀라움이 가신 뒤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최고의 영광을 안았다’는 느낌이 몰려왔다고 했다.

“제가 공주고 미술부 학생 때 국전에서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는 그분의 아들 박석남 씨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했지요. 한국인이 좋아하는 정감 깊은 세계를 담은 박수근 화백의 이름을 딴 상을 받아 과분한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임 작가는 서양 미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국내 미술계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주체적인 예술 어법을 모색하고자 했다. 1980년 홍명섭 등과 함께 ‘금강현대미술제’를 개최했고, 그 이듬해 여름에는 ‘야투(野投)―야외현장미술연구회’를 결성해 야외 현장에서 자연물을 이용한 퍼포먼스와 설치예술을 하는 자연미술을 시도했다.

같은 해 독일 함부르크로 유학해 야투의 작업을 현지에 소개했다. 이후 외국 작가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1991년)도 함께했다. 다만 국내 미술계에서는 조명을 받지 못하다 임 작가가 최근 서울시에 자신의 아카이브 1300여 건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미술사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회는 상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현재 미술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종길 경기도미술관 선임 학예연구관, 나희영 서울문화재단 교육팀장,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 최태만 국민대 미대 교수, 김진엽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은 심층 토론을 거쳐 후보 작가 17명을 선정했다.

고충환 미술평론가,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이영욱 미술평론가, 윤동천 서울대 미대 교수,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이 17명을 심사해 최종 수상 작가를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임동식의 작품세계에는 박수근 선생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휴머니즘과 자연이 녹아 있다. 작품의 주제와 형식적 측면에서 박수근의 작품세계와 맥락이 이어진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조은정 박수근미술상 운영위원장은 “박수근이라는 인물에 가까운 예술적 태도, 삶의 태도, 예술성에 부합하는 작가를 선택하고자 했다”며 “박수근미술상이 한 명의 예술가를 조명하고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의미가 있겠다”고 말했다.

임 작가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조각상패가 주어진다. 시상식은 다음 달 26일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 임 작가의 개인전은 내년 5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과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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