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번지는 ‘코로나 포비아’… “공포감보다 방역수칙 준수를”

박종민 기자 , 김태성 기자

입력 2020-08-28 03:00:00 수정 2020-08-28 11: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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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국 확산 비상]2차 대유행 현실화에 불안 고조

협력업체 직원 확진에… 코로나 검사 긴 줄 전남 나주의 한전KDN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협력업체 직원이 25일 이 건물 구내식당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직원들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나주=뉴시스
“오죽하면 이젠 신고 번호도 외웠어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현모 씨(29)는 요즘 길거리를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솔직히 지금까지 그는 타인들이 마스크를 쓰건 말건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회사와 인접한 광화문에서 15일 집회가 열린 뒤 생각이 달라졌다. 최근 2주 사이 벌써 7번이나 마스크 미착용을 신고했다. 현 씨는 “아무리 신고해도 다음 날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눈에 띈다”며 “이젠 짜증을 넘어 분노가 치솟는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시민의 협력 없이는 이겨내기 힘들다. 현 씨 같은 시민의식은 권장할 일이지 탓할 게 없다. 하지만 최근 자꾸만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와 더불어 한쪽에선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스트레스로 커지는 ‘코로나 포비아’가 번지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막연한 공포심을 갖는 건 오히려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올바른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키며 차분히 대응해야 확산세를 늦출 수 있다”고 당부했다.

○ 마스크 미착용 신고 하루 1000건 넘어

“직접 신고해 본 건 처음이에요.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 무서워요.”

직장인 이모 씨(23·여)는 최근 일주일 사이 지하철에서 ‘노 마스크 민폐’를 두 번이나 경험했다. 22일 강남역 신분당선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난동을 부리던 행인을 보고 난생처음 경찰에 신고했다. 26일에도 열차에서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여기저기 말을 거는 남성을 마주친 뒤 열차에서 도망치듯 내렸다.

특히 최근 밀폐된 공간인 지하철에서의 마스크 미착용자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10일부터 17일까지 600∼700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18일 1233건으로 2배가량 뛰었다. 이후 주말을 제외하고 1일 평균 1000건이 넘는 신고가 그대로 유지된다. 공사 관계자는 “솔직히 너무 신고가 많아서 최선을 다하곤 있지만 모두 대응할 여력이 없다”며 “그때마다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쳐 더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가 시작된 뒤 경찰에 검거된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관련 피의자로 151명이 검거됐다. 60대 이상이 45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서로가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건 좋은데, 얼굴을 붉히는 일까지 느는 게 문제다. 직장인 정모 씨(46)는 최근 버스정류장에서 한 70대에게 느닷없이 쌍욕 세례를 받았다. 정 씨는 “전화통화 뒤 마스크 안에 가득 찬 땀을 닦으려고 잠깐 턱으로 내렸는데 대뜸 ‘마스크를 왜 벗느냐”며 쏘아붙여 황당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사람들도 무척 예민해진 걸 자주 느낀다”고 전했다.

○ 막연한 불안보다 침착한 대응을

일상적으로 드나들던 생활공간에서도 코로나 포비아는 자라난다. 그간 별 문제없는 장소로 여겨졌던 미용실이나 목욕탕 등도 확진자가 발생하며 사람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 경기 고양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 씨는 “집합금지 해당업소도 아닌데 주위에서 왜 계속 ‘영업을 하느냐’며 항의하는 분들이 있다”며 “편하게 오던 단골손님들도 ‘눈치 보인다’며 당분간 오지 않겠다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온라인에서 퍼지는 허위 정보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20일 유튜브에 업로드된 한 영상은 보건소에서 확진된 한 시민이 민간병원에선 음성으로 나왔는데도 노원구가 강제 입원시켰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구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정밀한 검사를 위해 입원하는 게 원칙”이라며 “마치 방역당국이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오도하는 건 문제”라고 밝혔다. 이후 서초구보건소에서도 똑같은 사례가 나왔다는 주장도 소셜미디어 등에 퍼졌지만, 실제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셜커머스에선 사재기 조짐도 엿보인다. 냉동식품이나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의 주문량이 급증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17∼26일 냉동 볶음밥과 도시락, 휴지 등의 판매량이 10일 대비 82% 증가했다. 티몬 관계자는 “8∼16일과 비교해 17∼25일의 마스크 판매 매출은 5배가량, 손 소독제는 약 6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온라인 카페 등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오며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관련 제품들의 가격도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공포감은 부정확한 정보들이 난무할 때 생기는 감정”이라며 “옳은 정보를 전달할 책임이 있는 당국과 학계의 노력과 아울러,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생활에서 실천하려는 국민의 노력도 필요한 때”라 조언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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