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사랑[횡설수설/이진영]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0-08-28 03:00 수정 2020-08-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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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로 출산율이 더 떨어질까 걱정이다. 올 4∼6월 출산의 선행 지표인 혼인 건수가 1년 전보다 16.4% 줄었다. 그런데 결혼의 선행 지표인 미혼 남녀의 만남도 줄었다고 한다. 좋은 날에도 힘든 게 사랑인데 지금은 코로나 시대다.

▷코로나 걱정 없는 독립된 공간을 원하지만 찾기 쉽지 않다. 부모에게서 독립해 따로 살거나 자동차가 있으면 그래도 낫다. 이도 저도 없는 연인들은 둘만의 공간을 찾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한다. 테이블이 딱 하나 있는 식당에 가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캠핑을 즐긴다. 미국의 뉴요커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반대편 옥상에서 춤추는 여성에게 연락처를 매달아 드론을 날렸다. 일본에선 ‘드라이브스루’ 맞선상품이 등장했다. 약속된 장소에 각자 차를 몰고 가서 창문만 빼꼼히 열어두고 선을 보는 것이다.

▷안전하기는 온라인이 낫다. 줌이나 페이스타임을 켜놓고 술잔을 기울이는 게 일반적인 방식. 술값은 누가 내나? 손잡자고 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을 안 해도 된다. ‘쿼런틴 투게더’ 같은 데이팅앱 이용자가 늘어 세계 온라인 데이팅 시장이 82% 성장했다. 각자 집에서 같은 영화를 보며 라이브 채팅을 즐기는 커플도 있다. 단, 최신작에선 대리 만족을 기대하긴 어렵겠다.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섹스신 자제령이 내려진 상태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불가피한 키스 장면은 특수효과로 처리하거나 배우의 실제 배우자를 대역으로 써서 뒷모습만 나오게 찍는다. 영국에서 나온 촬영법 가이드라인은 ‘카사블랑카’와 같은 ‘건전한’ 고전을 참조하거나 구체적 장면은 관객의 상상에 맡기라고 권고한다.

▷생물학 인류학자인 헬렌 피셔 인디애나대 킨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접촉이 없다고 사랑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언택트’ 만남에서도 현기증, 잠 못 이룸, 행복감 같은 사랑의 감정을 선사하는 도파민 호르몬이 분비된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접촉이 있어야 생긴다. 온라인 만남은 여성에게 더 불편하다. 남성은 외모, 여성은 냄새를 중시한다. 유전적으로 우월한 자손을 얻기 위해 자기와 면역체계가 다른 남자를 체취로 골라내야 하는데 온라인에선 후각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다신 악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경고했다. 몸에 밴 거리 두기 습관 때문에 입맞춤도 머뭇거리게 될지 모른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콜레라는 불같은 사랑을 의미했다. 은유가 아닌 실재의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나서도 우린 다시 뜨겁게 사랑할 수 있을까.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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