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이어 장남까지 반기…한국타이어 ‘형제의 난’ 본격화

서형석 기자 , 유원모 기자

입력 2020-08-25 18:33 수정 2020-08-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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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왼쪽)과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 부회장. © 뉴스1DB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한 달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차남 승계’를 공식화한 아버지의 뜻에 장녀에 이어 장남까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50)은 25일 자신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원을 통해 “(부친인) 조양래 회장의 최근 결정들이 조 회장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83)이 6월 26일 차남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48)에게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23.59%)을 모두 매각한 것에 대해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며 반기를 든 것이다.

조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54)이 서울가정법원에 접수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에도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정후견은 성년후견제 가운데 하나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에 대해 일부 후견인의 일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조 회장의 주식 매각이 정상적인 판단에 의한 결정이 아니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조 부회장의 이날 입장 발표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아버지와 차남에 대해 장남과 장녀가 맞서는 ‘형제의 난’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조 회장이 자신에 대한 장녀의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 소식을 접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조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온전한 자신의 판단임을 강조했지만, 장남인 조 사장마저 이에 불신을 표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6월 30일 기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일가의 지분 구성은 조 사장 측이 조 부회장 측을 압도한다. 조 사장은 조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은 지분을 더해 42.9%를 가진 최대 주주다. 반면 조 부회장은 자신의 19.32%, 조 이사장의 0.83%를 더해도 20.1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조 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53)의 지분이 10.82%에 달하고, 대주주 일가를 제외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6.24%를 갖고 있어 향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 조 부회장과 조 사장 누구도 과반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최근 지분 추가 매입을 놓고 전문 업체의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직접 주식을 더 사들여 지분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 부회장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원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로 있다. 지난달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이끌어낸 바 있다. 조 이사장 측은 조 부회장 측과는 별도로 가사전문법관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51·사법연수원 29기)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날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가는 조 부회장의 입장 발표 직후 급등해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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