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개발前 예방이 최선… “마스크부터 쓰세요”

홍은심 기자

입력 2020-08-26 03:00 수정 2020-08-2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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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확진자 2300만명 넘었지만 항체보유율은 10%도 못 미쳐
WHO “인류 70%가 항체 가져야 집단면역으로 전파 막을 수 있어”
거리두기, 개인위생 철저히 해야


게티이미지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2일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0명에 육박했고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 세계는 24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집계된 확진자만 2357만8000여 명, 사망자는 81만2000여 명이다.



생존 위해 진화하는 바이러스


면역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완치돼 항체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집단 면역은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면역을 가진 개인이 늘어나면서 바이러스가 옮겨 다닐 숙주를 잃어버리고 결국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집단 면역이란 용어는 1930년대 홍역이 자연적으로 감소한 현상을 두고 처음 사용됐다. 홍역을 앓고 면역을 얻은 아이들이 늘어나자 발병률이 급감한 것이다.

모든 생물체가 그렇듯 세균과 바이러스도 생존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 생물체는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번식’을 시작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미생물은 숙주에 침입해서 병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택한 것들도 있다. 공생은 새로운 숙주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생존에 유리하다. 숙주가 오래 살아주는 것이 자신들의 종족 번식에도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숙주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키기보다는 조용히 생존과 번식을 도모하는 방법을 택한 바이러스들이다.

반면에 더 독성이 강한 돌연변이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20세기 대유행했던 스페인독감은 1918년 1차 세계대전 종식 시점에서 시작해 1920년까지 유행했다. 당시 16억 인구 중 5억 명이 감염됐고, 약 5000만 명이 이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측된다.

스페인독감은 3차례에 걸쳐 대유행을 했는데 첫 번째 유행은 1918년 초로 인구 1000명당 5명 정도가 사망했다. 그러나 1918년 후반에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발생한 2차 유행에서는 1000명당 25명이 사망하며 총 2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이어 1919년 초 3차 파동에서는 1000명당 10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후 대유행은 점차 수그러들게 된다.

이규원 서울대 의대 인문의학교실 연구원은 “스페인독감 1차 유행 때 전파 속도가 매우 빨랐다. 유행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숙주를 쉽게 갈아탈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반대로 빠른 유행 속도는 더 강력하고 독성이 강한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독감 2차 유행 때 사망자가 많아진 이유다.


홍역, 천연두,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와 싸운 인류


고대 로마시대 홍역·장티푸스, 중세 흑사병, 신대륙 발견 당시 북미·중남미의 천연두, 1차 세계대전 때 유행한 스페인독감. 인류는 끊임없이 세균,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생존해왔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인 20세기 중반 이전까지는 맨몸으로 이런 바이러스를 상대해야 했다.

기원전 1200년 지금의 이라크 지역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지역에 전염병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역병이 돌던 당시 인도 지역에 새겨진 고대 산스크리트어 명문에 남아 있는 기록이다. 기록된 증상이 독감과 비슷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으로 보인다.

기원전 429년과 기원전 427∼426년의 겨울에는 한 차례씩 모두 2차례에 걸쳐 아테네 역병이 발생해 고대 세계를 황폐화시켰다. 인류가 겪은 최대의 범유행 전염병인 14세기 흑사병도 인류가 전염병과 치열하게 싸운 역사다. 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쥐벼룩에 붙어사는 페스트균이라는 박테리아다. 쥐는 페스트균에 면역력이 있지만 인간에게는 없다. 어떤 이유로 인간에 옮아온 페스트균이 유행을 하며 역사를 바꿀 정도의 대재앙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 인류는 어떻게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염병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죽으면서 새로운 숙주를 찾지 못한 바이러스는 서서히 사라졌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모든 전염병은 집단 면역이 형성돼야 종식될 수 있다”며 “집단 면역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말했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의 60% 이상이 항체를 가지고 있거나 백신으로 질병에 걸리지 않고 3분의 1 이상에서 항체를 보유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인구의 코로나19 항체보유율이 10%도 되지 않는다”며 “집단 면역은 한참 멀었다”고 밝혔다. 이어 “집단 면역을 통해 코로나19 전파를 막으려면 적어도 전체 인구의 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적 집단 면역, 많은 희생 따라


문제는 자연적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려면 많은 희생이 따른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최고 전염병 학자인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의 주장에 따라 엄격한 봉쇄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무 제약 없이 식당을 방문하고 쇼핑하고 체육관에 다녔다. 16세 이하의 아이들도 휴교령 없이 학교에 갔다. 스웨덴은 올 상반기 150년 만에 최대 사망자를 기록했다. 1∼6월 스웨덴 사망자 수는 5만1405명으로 대기근이 휩쓴 186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유일한 방법은 집단 면역’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스웨덴 사례는 실패라고 규정했다.

결국 자연 감염이 아닌 백신 접종을 통해서 집단 면역을 형성해야 한다. 천 교수는 “집단 면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항체가 10개월 이상 유지되고 효과가 75% 이상인 백신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의 집단 면역은 자칫 ‘더 많은 사람을 빨리 감염시켜야 사태가 종식된다’는 위험한 논리로 해석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변이를 거듭하는 바이러스다. 이 위험하고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에 먼저 희생돼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할 때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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