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유일한 백신인데… ‘미착용-턱스크’ 실종된 방역의식

조응형 기자 , 김소영 기자 , 김태성 기자

입력 2020-08-25 03:00 수정 2020-08-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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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국 확산 비상]서울 전역 마스크 의무화 첫날 표정

아직은 낯선 실외 마스크 착용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4일부터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이날 종로구 청계천에서 일부 시민들이 마스크를 아예 벗거나 턱에만 걸친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마스크 착용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로 가기 전 최후 방역조치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을 막지 못해 3단계로 넘어가면 막대한 경제·사회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마스크는 현재 우리가 가진 유일한 방패이자 백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시행 첫날인 24일 서울 여의도와 종로 등을 살펴본 결과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미흡했다. 한 카페에서는 손님 41명 중 21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실외에서도 행인 6명 중 1명꼴로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에 걸치는 ‘턱스크족’이었다.


○ 카페 41명 중 21명 마스크 안 써

“커피 마시는 중이라 잠깐 벗었어요. 나갈 때 쓸게요.”

24일 낮 12시 반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종업원과 손님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종업원이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자 한 남성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커피를 마실 수는 없잖아요. 다 마시면 쓰려고 했어요.”

1인 방문객 중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직장인 박모 씨(28)는 “혼자 구석에 앉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잠시 벗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기준에 따르면 음료를 마시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혼자 있더라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특히 일행과 대화할 때는 반드시 써야 한다. 관련 확진자가 65명 발생한 경기 파주시 스타벅스의 경우 확진자가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3시간가량 일행과 대화를 나눴고 인근 테이블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던 상당수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용객을 제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여의도의 한 카페 종업원은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몰려서 직원들이 일일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안내하기가 어렵다. 마스크를 안 쓰고 입장하는 손님에게 써달라고 부탁하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 씨(32)는 “마스크를 써달라고 부탁하면 ‘없다’고 말하는 손님들도 있다”며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었는데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어 다음부터 착용해 달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카페나 식당은 정기적으로 환기를 해도 감염에 취약하다. 바이러스는 감염자가 잠시만 머물러도 공기 중에 가득 차고, 3시간 동안 공기 중에 떠다닌다”고 말했다.


○ “흡연자들 연기에 바이러스 섞여 나올 수도”

실외에서 2m 이상 떨어져 있다고 해도 이제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수도권은 환자가 워낙 많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많아 지나가는 누가 감염자일지 알 수 없다. 재채기 등을 통해 나온 비말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팀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구 무교동 등 직장인 밀집지를 30분간 지켜본 결과 행인 약 350명 중 61명(17.4%)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 17명은 아예 안 썼고 25명은 턱에 걸치는 등 착용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마스크를 내린 채 음료를 마시며 삼삼오오 걷거나(14명), 흡연을 하며 걸어가는 경우(5명)도 있었다.

무교동의 한 골목에서는 15명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벗은 상태였다. 기자가 한 흡연자에게 마스크 의무화 조치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자 그는 “담배 피울 때만 벗었다. 실외인 데다 잠깐이니까 괜찮은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담배를 피울 경우 내뿜는 담배 연기에 바이러스가 섞여 나올 수 있고, 연기의 특성상 상당히 먼 거리까지 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김소영·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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