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썰렁해진 국내선… 항공업계 망연자실

변종국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20-08-25 03:00 수정 2020-08-25 03:3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커버스토리]코로나 재확산에 경영악화 비상


국내 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지난 주말(21∼23일) 사흘 동안 3억 원가량의 항공권 환불 신청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여행을 취소하는 승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환불 금액은 하루 평균 1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 평균 매출이 8억∼10억 원 정도인 점에 비춰 보면 10% 이상 매출이 날아간 셈이다.

또 다른 LCC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기 시작하자 국내선 예약률이 20∼30% 뚝 떨어졌다. 한 LCC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행 계획을 수정하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예약 변경 및 환불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며 “성수기가 끝나가는 걸 감안해도 예약률 감소가 너무 가팔라 두렵다”고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가뜩이나 어려운 항공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24일 한국항공협회 실시간 항공 통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재확산되기 직전 주말인 14∼16일의 국내선 이용객은 22만5882명이었다. 그러나 일주일 만인 21∼23일 국내선 이용객은 18만818명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주요 노선인 김포∼제주는 일주일 사이 이용객이 2만6000여 명 줄었다. 코로나19 재확산 이전과 이후 운항편에 큰 차이가 없음을 감안하면 항공기 1대당 탑승객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직원의 60% 이상이 유·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매출은 80% 가까이 줄었고 LCC들은 모두 상반기(1∼6월)에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대형 항공사들은 항공화물 수요 증가로 2분기(4∼6월)에 깜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항공운임의 증가와 인건비, 유류비 등 고정비를 쥐어짜 만든 일시적인 흑자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국내 항공사들에 여름휴가 성수기로 국내 여객 수가 반짝 늘어난 것은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항공사들은 평소라면 수익이 나지 않아 취항을 하지도 않던 지방공항발 국내선까지 띄우면서 1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24일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6개와 7개 국내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LCC 중에서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8개, 진에어가 13개 국내선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더 이상 국내 여객 증가라는 약효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유일한 탈출구인 국내 노선 수를 경쟁적으로 늘려 항공운임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떨어지는 역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LCC 임원은 “국내선을 대폭 늘렸던 것이 탑승객이 줄어들 경우 독이 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노선이 늘면서 승무원들을 일부 복직시켰는데 확산이 계속되면 다시 유급 휴직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일부 국가와 논의해온 국제선 운항 재개 논의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판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하늘길을 열면서 중국행 국제노선이 수개월 만에 재개되기도 했지만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 출장 및 사업, 유학생 수요가 또다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항공사들과 노선 재개를 논의 중이던 괌은 한국인 입국 시 자가 격리를 일시 해제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입국 절차를 까다롭게 변경했다. 베트남과의 노선 재개 논의도 당분간 전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항공사 임원은 “더 이상의 지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끝 모를 지하가 남아 있는 느낌”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항공사들의 재무 상태가 최악에 빠져 자본 잠식 상태로까지 빠져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서형석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