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별곡’ 들어오니 저만치 더위 물러가네

글·사진 괴산 보은=김동욱 기자

입력 2020-08-22 03:00 수정 2020-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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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 ㅣ속리산 6색 계곡ㅣ

갈은구곡은 약 3km에 걸쳐 있는 계곡으로 아직 덜 알려진 덕분에 여유 있게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골이 깊기로 소문난 충북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할 만큼 외진 곳에 위치해 느긋한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시기다. 계곡이라 하면 국내 산 중 속리산이 으뜸이다. 남한의 3대 강인 한강, 낙동강, 금강이 속리산에서 흘러나간다. 맑고 시원한 물로 이름난 계곡도 많다. 무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개성 만점인 속리산 6색 계곡을 소개한다. 》


○ 한적하고, 느긋한 풍경 담은 갈은구곡

갈은구곡(九曲·계곡)은 속리산 계곡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다. 갈론은 옛 부락 명칭으로 갈은(葛隱)은 ‘칡뿌리를 캐먹으며 숨어 지내는 곳’이란 뜻이다. 갈은구곡은 갈론계곡이라고도 불린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한 명소다. 골이 깊기로 소문난 충북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할 만큼 깊숙하게 위치해 있다. 40년 전만 해도 자전거로도 다닐 수 없는 외진 공간이었다.


산막이옛길 진입로에서 괴산호를 따라 난 도로를 10분 정도 가면 계곡 사이로 숨어 있는 갈론마을이 나온다. 계곡 입구에는 자동차 10대 정도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계곡을 따라 3km 정도 걸을 수 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물었기 때문에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다. 그 대신 자연 그대로의 길을 걷는 맛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아홉 개의 절경인 9곡의 바위마다 한시가 새겨져 있는 점이 독특하다.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고 느긋하게 계곡 길을 즐길 수 있다.

○ 물과 큰 바위가 조화 이룬 선유구곡
선유구곡은 화양구곡보다 폭과 길이는 짧지만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바위가 많아 걷는 재미가 있다.
선유구곡은 괴산군 송면에서 북동쪽으로 약 2km에 걸쳐 있다. 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이 산과 물, 바위, 노송이 잘 어우러진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9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고 한다. 비교적 짧은 구간이지만 계곡 군데군데 커다란 바위들이 자리 잡아 눈을 떼기 힘들 만큼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다. 제1곡인 선유동문을 비롯해 경천벽, 학소암, 연단로, 와룡폭포, 난가대, 기국암, 구암, 은선암 등 지어진 이름은 모두 이황의 작품이다. 계곡 입구에 대규모 주차장이 있고 승용차를 이용해 계곡 끝까지 올라갈 수 있다. 중간 지점 정도인 와룡폭포 근처에는 휴게소와 울창한 나무들이 있어 땀을 식히기 좋다. 와룡폭포는 사실 폭포라기보다는 높은 곳에서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다. 그럼에도 떨어지는 물소리가 우렁차다고 해서 폭포라 불린다.

○ 선 굵은 주위 풍경 가득한 쌍곡구곡

쌍곡구곡은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진 소금강휴게소 주변 풍광이 특히 빼어나다.
쌍곡구곡은 칠성면 쌍곡마을부터 제수리재에 이르는 10.5km 구간이다. 속리산에 속한 계곡 중 가장 긴 길이다. 다른 계곡과 달리 계곡을 따라 걸어갈 수 있는 이어진 길이 없다. 9곡을 하나하나 보려면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한다. 제2곡인 소금강과 제6곡인 용소 근처를 제외하고는 주차할 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9곡이라 불리는 곳들의 풍경 하나하나는 빼어나다. 그중에서도 소금강은 절경을 자랑한다. 주변 경치가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곡 바로 앞에 휴게소가 있어 주차하기가 편리하다. 소금강 주변 계곡물은 얕은 편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신발을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발을 담그면 머리카락이 삐쭉 설 정도로 시원함이 느껴진다.


○ 걷기 좋은 산책길 이어진 화양구곡
화양구곡은 대부분 평지인 데다 길이 넓어 어린이도 계곡을 따라 걷기 좋다. 사진은 4곡인 금사담과 암서재.
화양구곡은 속리산의 계곡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이다. 주차장 주변에 식당, 숙소 등 편의시설이 잘 마련돼 있다. 시멘트로 포장된 넓은 길이 이어져 남녀노소 걷기에도 좋다. 화양구곡의 시작점인 경천벽에서 마지막 파천까지는 약 3.1km 길이다. 7곡인 와룡암까지는 평지지만 그 이후로는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그 대신 양옆으로 나무가 길을 둘러싸고 있어 한낮에도 그늘이 져 시원하다. 계곡의 폭은 넓고 깊이도 얕지만 계곡 입구 부근과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접근이 쉬운 편이 아니다.

화양구곡의 최고 경관은 파천이지만 가장 먼 위치에 있는 탓에 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직접 가 보면 왜 파천이 최고의 경관인지 알 수 있다. 넓은 바위에서 얕게 흐르는 물줄기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곳에 발을 담그면 무더위가 한숨에 날아갈 것 같다.

○ 뛰어난 접근성에 폭 넓은 서원계곡
서원계곡 주변에는 수령 6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제352호) 등 볼거리가 많다.
서원계곡은 지방도를 따라 계곡물이 흘러 접근성이 뛰어나다. 삼가저수지에서 흐르는 물이 만든 계곡인데 그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제2의 화양구곡으로도 불린다. 계곡이라 불리긴 해도 폭이 꽤 넓은 편이어서 지천 같은 느낌도 든다. 깊이는 어른의 무릎까지 오는 정도여서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곳곳에 주차장이 있어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라 주차하고 바로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상류 쪽의 서원리 소나무와 황해동 1교와 2교, 농촌휴양마을펜션 부근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서원리 소나무 앞 계곡은 기암벼랑이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수심은 조금 깊은 편이지만 여름에는 안전요원이 있다. 구명조끼도 무료로 빌려준다. 서원계곡 주변에는 볼거리가 많다. 천연기념물 제352호인 서원리 소나무는 높이 15m의 수령 600년 정도로 추정되며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계곡 입구에 있는 보은우당고택, 선병묵고가 등 한옥과 속리산말티재 휴양림도 추천할 만한 명소다.

○ 사색과 독서, 산행에 제격인 만수계곡

서원계곡에서 속리산 정상을 향해 좀 더 올라가면 속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한 삼가천에서 삼가저수지까지 이르는 4km의 만수계곡이 있다. 만수계곡은 골이 깊어 세속과 한참 떨어진 듯한 느낌도 든다.

4km 길이의 만수계곡에서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 속을 걷는 즐거움이 있다.
만수계곡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주위에 우거진 숲이 인상적이다. 일부 계곡은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터널처럼 어두운 구간도 있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서늘함이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계곡 폭은 좁은 편이지만 한눈에 봐도 물이 맑고 시원한 느낌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계곡을 따라 길을 걷다 보면 특유의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여서 마음이 차분해진다. 우거진 나무 아래에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책을 읽어도 좋을 정도로 주위는 고즈넉하다. 성수기에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만수계곡으로 몰리더라도 충분히 넓은 공간이어서 한적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으면 된다. 만수계곡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속리산 천왕봉까지 산행을 하는 사람도 많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거나 산에 오르거나 모두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글·사진 괴산 보은=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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